어머니 1급살인 기소- 딸 안락사…美모녀의 슬픈 종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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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딸은 '죽을 권리' 를 찾고 어머니는 살인혐의로 기소됨으로써 기구한 모녀의 운명에 종지부를 찍었다.

미국 마이애미주 조지트 스미스 (42) 여인은 19일 올랜도 메디컬센터에서 자신의 목숨을 이어주던 인공호흡기를 제거함으로써 생을 마감했다.

스미스는 3월 8일 어머니 셜리 이건 (68) 이 쏜 총을 목에 맞고 전신마비상태에 빠졌다.

한 두 마디의 말만 가능했고 식사도 호스에 의존해야 했다.

폐렴.위궤양.욕창 등 후유증이 겹쳤다.

고통스럽게 삶을 영위해온 스미스는 법원에 안락사를 요청했고 플로리다주 법원도 본인의 희망을 받아들여 생명보조장치를 제거할 것을 허락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변호인이 반대하고 나섰다.

지금까지의 1급 살인미수 혐의가 형량이 더욱 무거운 1급 살인혐의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건의 변호사는 사건을 단순한 '우발적 사고' 로 주장해 왔다.

이건은 그러나 18일 딸을 면회한 뒤 "딸이 더 이상 힘든 나날을 보내는 걸 원치 않는다" 며 변호인의 반대를 물리쳤다.

스미스는 전남편과 이혼한 뒤 동거남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하지만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고 한쪽 눈마저 실명한 어머니를 모시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이건은 딸이 자신을 양로원에 보내는 문제를 놓고 동거남과 하는 대화를 엿들었다.

격노한 이건은 흥분해 총을 발사했고 총알은 공교롭게 그녀의 목을 관통, 척추뼈를 부러뜨렸다.

이건은 "화가 나 겁을 줄 작정으로 머리 위를 겨냥해 총을 쐈을 뿐" 이라고 증언했다.

그녀는 그러나 "내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딸에게 지옥같은 고통을 겪게 할 수는 없다" 며 눈물을 쏟았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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