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복수 교원단체의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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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교원의 노동조합설립을 허용하는 관계법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학교현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학부모.교사.교육당국을 비롯, 교육을 사랑하는 모든 국민의 기대와 걱정이 앞으로 올 변화에 집중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교원부문 노사관계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6일 한국노총 산하 한국교원노조 (한교조)가 창립대회를 가짐으로써 교원단체는 기존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총) 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교조) 을 포함, 3개 단체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다.

복수 교원단체를 보는 국민의 시각에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것이 사실인 만큼 교직사회도 안정과 활성화를 동시에, 그리고 조속히 이루는 지혜를 발휘해야겠다.

복수 교원단체의 탄생은 교사의 전문성 및 자율성의 영역이 확대되고 교단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전기가 돼 교육계에 신선한 청량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교직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유발해 학생 교육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예상된다.

복수 교원단체의 탄생은 다음과 같은 면에서 교육의 미래를 밝게 조망하게 한다.

첫째, 다양한 성향의 교원단체가 등장함으로써 교육현장의 여러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지게 돼있다.

이는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의 확대와 함께 자율과 책임을 다하는 교육풍토를 조성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교원단체들간의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유도함으로써 교원단체의 활성화가 이뤄져 보다 합리적인 교육정책의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경직된 사고와 관료적 타성에 머물기 쉬운 교육행정에 대한 강력한 견제세력의 등장이다.

이는 교육행정의 체제와 운용을 민주적으로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넷째, 교사들 스스로 교육계 내부의 문제들을 제기함으로써 교육문제를 공론화하고 교원들의 자기정화능력을 향상시켜 새로운 학교문화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다섯째, 각 교육 주체들간의 상호견제와 협력을 통해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서로 대립되는 주체들간의 이해관계를 보다 바람직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교원단체의 3파전이 몰고올 다음과 같은 부정적 측면도 제기된다.

첫째, 교원단체간의 회원확보를 위한 과열경쟁으로 오히려 교직원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훼손시킬 수 있으며, 교사들간의 반목과 갈등을 유발시켜 그 피해가 학생들에게 미칠 우려가 있다.

둘째, 올바른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교원단체들이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게 되는 경우엔 학생 교육의 질적 향상을 추구해야 하는 교육의 본질을 소홀하게 할 수도 있다.

복수 교원단체에 대한 교육계나 학부모의 우려는 근본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에 바탕하고 있다.

교원단체들은 교사들의 권익옹호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 사회가 교육계에 진정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정확하게 헤아려 현장 개혁을 이끌어내야 한다.

복수 교원단체들이 교육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적극적인 활동을 한다면 현재의 교육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사회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교육개혁은 교육현장과 교사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협력에 의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교원단체는 이제 상호인정의 협력적인 자세, 공생의 자세로 나아가야 하며,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교권을 확립해야 한다.

또한 교원단체들은 무리한 경쟁을 지양하고 자율적으로 단체간의 정보공유와 협조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부는 노동관계법의 특별법 제정을 통해 단체교섭에 현명하게 대비하고 교사에게 희망을 주는 밝은 미래의 전망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식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교육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지식기반사회에 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교원단체 모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21세기의 주역이 될 학생들을 미래사회를 주도적으로 창조하는 인재로 육성하는 일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교섭의 당사자로 교원 노사관계 시스템 변화를 제대로 이해해 정부와 교원단체간의 단체교섭력을 향상시켜 합리적인 교섭모형을 개발하고, 다양한 가치관과 이해관계를 인정함으로써 보다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관계정립과 역할 수행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교원단체의 복수화가 한국 교육발전에 기여하는 전환점이 되길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모든 국민의 소망일 것이다.

權彛鍾 한국교원대 교수종합교원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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