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의 항변] '수혈 말뿐' 벽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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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거제도 협상, 6.3 재선거전 등 숨가쁜 정치일정 속에서도 여야는 '젊은 피 수혈' 을 위한 작업을 소리없이 진행시키고 있다.

특히 집권세력 일대 쇄신.확대를 꾀하는 여권 핵심들이 '채혈 (採血)' 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에 대응, 적잖은 '젊은 피' 들이 수혈주체가 되기 위해 바쁘다는 전언이다.

요즘 정치권을 바라보는 '젊은 피' 들의 속은 어떤 것일까. 또 그들을 직접 접촉했던 '채혈사' 들은 무슨 느낌을 받았나. 젊은 피 수혈작업을 중간점검해본다.

김대중 대통령은 '젊은 일꾼 수혈' 의 구체적 대상으로 개혁적 젊은 세대와 전문직 종사자.시민사회 세력 등을 꼽은 적이 있다.

이미 영입 접촉을 받은 '젊은 피' 도 있고, 영입교섭과 관계없이 독자적인 출마를 모색하는 '386세대' (30대 - 80년대 대학입학 - 60년대생) 정치지망생도 있는가 하면,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에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상당수다.

여권이 추진하는 정치개혁안 중 중선거구제에 대한 이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으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은 대체로 찬성하는 편이다.

金대통령의 박정희 (朴正熙) 대통령과의 화해선언에 대해서도 선뜻 찬성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가장 불만스러워 하는 부분은 중진 정치인들의 보이지 않는 '기득권 지키기' 다.

겉으로는 그럴 듯한 명분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자기네의 밥그릇이 줄어 들까해 신진세력의 정치권 진입을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의도가 역력하다는 것이다.

여권에 몸 담고 있는 한 386세대 정치인은 "인천 계양 - 강화갑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에 대한 국민회의의 '중앙당 불개입' 원칙은 그런 지침이 내려지기 전부터 이미 의원들의 정서에 의해 지켜지고 있었다" 는 뼈있는 말을 했다.

3.30 구로을 재선거때 다만 얼마라도 후원금을 갖고 몰려들었던 의원들이 이번엔 아예 얼굴도 안비친다는 힐난이다.

여야로부터 참여교섭을 받았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환경운동연합 최열 (崔冽.50) 사무총장은 "제도정치내 기득권층의 장벽이 너무 높아 신진세력의 기존정당 진입을 통한 개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혁적 여야의원 10여명과 시민세력이 연합해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만들어 총선에 임하면 괜찮은 결과를 얻지 않겠느냐" 며 '독자적 정치세력화론' 을 폈다.

우상호 (禹相虎.37.전 연세대 학생회장).함운경 (咸雲炅.35.미문화원 점거사건 주동) 씨 같은 전대협 (全大協) 학생운동 세대들은 기존 정치권 진입을 통한 개혁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에서 崔씨보다 신축적이다.

이들은 "정작 중요한 것은 선거구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물갈이를 확실히 하겠다는 공천권자의 의지" 라고 강조한다.

송파갑 재선거에 국민회의 후보로 유력시 됐던 오세훈 (吳世勳.38) 변호사도 "정치권에 반발쯤 들여놨다가 호되게 홍역을 치렀다" 고 실토했다.

그는 "여전한 보스정치, 지역주의 정치, 실권자 한명이 공천을 좌우하는 풍토, 고승덕 변호사 개인의 실수를 젊은 피 전체의 문제로 확산시키는 기득권층의 노련한 솜씨 등에 놀랐다" 고 자신이 체험한 정치현실을 비판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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