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휴무' 결정…서울지역 초등교 수업 않기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번 스승의 날 (15일)에는 학교에 오지 마세요. " 서울시 공.사립 초등학교 교장 5백29명으로 구성된 서울초등학교 교장회는 10일 스승의 날 하룻동안 휴업하고 학생들이 가정에서 교사에게 편지쓰기 등 체험학습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장회 최재선 (崔載善.포이초등교 교장) 회장은 "촌지.무더기 명퇴 등으로 스승의 날이 묵묵히 교단을 지켜온 많은 선생님들을 서글프게 만들고 있다" 며 "교사들이나 학부모.학생들이 과거 스승을 찾아뵙고 감사하는 날로 삼자는 취지로 가정학습을 결정했다" 고 말했다.

스승의 날이 교사가 선물이나 촌지 받는 날로 인식돼 눈총의 대상이 되어온 데다 교원들의 무더기 명예퇴직 신청으로 사기가 떨어진 가운데 맞는 이번 스승의 날이 교사.학부모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지역 전체 초등학교가 '동반 휴업' 을 실시하기는 지난 82년 대통령령으로 스승의 날이 제정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학교에 사제 (師弟)가 없는 스승의 날' 이 교사.학부모간 불신의 폭을 더욱 증폭시킨다는 우려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 초등학교들의 결정은 지난 9일 교사.학부모들의 의견을 청취한 교장회 소속 전문위원들의 건의 및 22일 교장회 회의를 거쳐 나왔다.

지난해 교사들의 촌지수수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부 초등학교에서 스승의 날에 휴무나 단축수업을 실시했었으며 강남.서초지역 유치원들이 모두 휴원한 적이 있는 정도였다.

올해의 경우 서울 강남구 K중학교는 '교사에게 꽃 달아드리기 행사' 를 없앴고 전국 대부분 중.고교도 이날 기념식만 하거나 예년에 비해 행사규모를 축소키로 해 '스승의 날' 은 그 의미가 상당히 퇴색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내 초등학교들은 이에 따라 교사와 학생들에게 옛 스승을 찾아뵙거나 편지를 쓰도록 할 계획이며 수업 결손은 여름방학을 하루 줄여 보충키로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서울시교육청은 "교육과정 운영은 학교장 재량에 달려 있으므로 가정학습을 실시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는 입장이다.

한국교총 조흥순 홍보실장은 "교사들이 오죽했으면 이런 결정을 내렸겠느냐. 교사.학부모간 불신 폭이 커질까 우려된다" 고 말했고 전교조 이경희 대변인도 "교직사회 신뢰회복을 위한 근본대책 없는, 학교에 가지 않는 스승의 날은 일종의 편법일 뿐"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교사들은 이 결정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돼 시원하다" 는 반응이다.

참교육학부모회 오성숙 (吳星淑) 회장은 "5월 스승의 날은 교사.학부모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만큼 2월 중으로 옮겨 학교운영위 등을 통해 그 뜻을 기리는 방안을 찾는 게 타당하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