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미국 ‘6자틀’ 거듭 강조하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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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숙고 끝에 북·미 양자대화 방침을 발표했던 미국 정부가 북·미 간 만남은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이언 켈리(사진) 국무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6자회담의 맥락 밖에서는 북한과 어떤 실질적 양자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줄곧 밝혀왔다”며 “(북·미 대화의) 목적도 북한을 6자회담과 그 맥락으로 복귀시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근 북한으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은 사실을 공개한 뒤 “우리의 카운터파트들과 북한을 6자회담으로 복귀시킬 다양한 방안들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 결정이 한국 등 6자회담 당사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이뤄진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기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북·미 대화 시기와 형식이 곧 가시화돼도, 이 대화는 6자회담과 분리된 별도의 프로세스가 아니며 6자회담 대체물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워싱턴을 방문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의 대담 자리에서 “북한은 북·미 양자대화를 거쳐 6자회담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도 보즈워스 대표의 평양 방문 때 북측의 카운터파트가 누가 될 것인지를 포함해 북·미 간에 다양한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첫 협상을 앞두고 북측에 다시 한번 6자회담 포기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소식통은 “북·미 대화 발표 이후 미 언론들이 ‘오바마 정부의 극적인 정책전환’이라고 해석하고, 미국 내 여론도 북·미 협상에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걸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미 정부는 곤혹스러워한다”며 “이를 감안해 미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은 변함이 없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5일 ‘김정일, 또 승리하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오바마 정부가 자신의 외교를 훼손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WSJ은 ▶북·미 양자대화는 6자회담의 즉각적인 재개가 아니라 죽음을 가져올 것이 확실하고 ▶ 미국이 한국·일본 등 우방과 구축한 연합전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으며 ▶ 권력세습을 준비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내부 지배력을 강화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2004년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낸 존 케리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14일 한반도 평화포럼 세미나에서 배포한 특별 연설문에서 대북정책과 관련, “과거의 경험은 북한에 대한 ‘선의의 무시 전략’이 실행 가능한 선택이 아니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며 “미국은 북핵문제의 악순환을 중단시키는 데 필요한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맹국들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하지만 북한을 상대하는 데 방어적인 자세로 위축돼서는 안 된다”며 북·미 대화 지지입장을 밝혔다. 그의 의견은 대북정책에 관한 민주당의 기본적인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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