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토야마 정권, 중국과 밀월관계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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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오늘 일본의 중참 양원 총회에서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가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중국 등 주변 각국은 일본의 대외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중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총선거 직후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과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이 잇따라 일본을 방문, 민주당 간부들과의 실무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월 말에 예정된 유엔 총회와 G20 정상회의 참가에 이어 하토야마 신임 총리가 10월에 중국을 방문, 정상회담을 하기로 한 것은 민주당 정부 하의 중·일 관계가 자민당 시절과 달리 상당한 밀월관계가 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야당 시절부터 하토야마 총리를 비롯한 민주당 간부들은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당 차원에서는 중국 공산당과 교류협의기구를 구성해 연례적인 정당 간 교류를 실시해 왔다. 민주당의 실력자 오자와는 매년 장성계획이라는 이름 하에 민주당 간부 및 일반 시민 참가자들을 인솔하고 중국을 방문, 양국 간 교류와 상호이해 심화에 진력해 왔다. 군사적 불투명성과 같은 중국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 목소리를 내지만, 식품안전, 환경, 에너지,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등과 같은 양국 간 현안에 대해서는 정상 간의 신뢰관계 구축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 간다는 것이 민주당의 정책공약이기도 했다.

이러한 민주당에 대해 중국 측은 특히 야스쿠니 신사를 대체하는 국립 추도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공약 등을 적극 평가하면서, 환영과 기대를 숨기지 않는 눈치다. 민주당은 이러한 중·일 관계 개선을 기반으로 동아시아 다자 간 경제 및 안보경제협력 체제 구축을 표방하는 이른바 동아시아 공동체 정책구상들을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토야마 정부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 그리고 중·일 관계의 급진전 전망은 한국 외교에 또 다른 도전이자 기회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들이 보다 바람직한 동북아 질서 구축에 기여하도록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당면한 최고의 안보정책 목표는 6자회담에 참가하는 각국과 협력해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해 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정부가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의 하나로 표방한 남북한 및 일본·몽골 간의 동북아 비핵지대 구상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내년이면 한·일 강제 병합 100년을 맞이하게 된다. 역사 문제에 대한 민주당 정부의 건전한 인식표명에 호응해 다시는 동아시아에서 불행한 침탈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고, 국가 간 상호협력과 공동번영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동북아 평화선언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 일본·중국뿐만 아니라 북한도 공동서명에 참가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문안을 마련한다면 동북아 다자 간 협력 심화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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