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해외에선] 빌게이츠 신화 美정보통신사업 망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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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빌 게이츠 신화가 미국 정보 통신 산업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젊은 공학도들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앞다퉈 벤처 기업에 뛰어들면서 산업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미 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하버드대를 중퇴한 빌게이츠를 비롯, 애플 컴퓨터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등 미 유명 기업 창업자의 상당수는 대학 중퇴자다.

이들로 인해 '20대 사업가' 열병에 걸린 학생들이 앞다퉈 강의실을 박차고 나가면서 긴 호흡으로 신기술을 개발하고 후학을 길러내야할 교수.연구원 부족 사태가 빚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 미 노동부는 지난해 컴퓨터 관련 일자리가 93만개를 넘어선데 비해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한 졸업생은 2만5천명에 불과하다고 최근 밝혔다.

공대생들을 지원하고 있는 '내셔널 사이언스 기금' 의 조사에서도 지난 90년에 비해 96년 첨단 산업 관련 학위 획득자가 8%나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전자협회도 컴퓨터학.수학.정보시스템학 등 첨단 산업의 기초가 되는 6개 부문 학사 학위 취득자 수가 지난 7년간 1만명이상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은 기업들에게도 적잖은 책임이 있다. 기업들은 각 학교에서 '똑똑하다' 고 소문난 학생들을 고액의 연봉을 미끼로 빼내왔기 때문이다.

또 성공만을 쫓는 이들때문에 기업 윤리마저 흐트러질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 전자협회의 프랫저 부회장은 "지금 당장은 업계에 활기를 불어 넣을지 모르지만 다음 세기에는 중대한 문제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중고등학생들의 수학.과학 실력이 경쟁국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첨단 산업의 기초체력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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