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편의 관심없는 서울 지하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2백m가 넘는 환승거리, 기나긴 출입계단, 심각한 공기오염…. '시민의 발' 을 자처하는 서울 지하철의 현주소다.

시민들은 이번 구조조정이 서비스의 다양화와 고급화를 수반한 '새로운' 지하철로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질 낮은 서비스 = 역이 멀고 갈아타기 어렵다는 게 가장 문제다.

'걷고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 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데 15분 이상 걸린다는 이용객이 43%나 됐다.

운행시간에 이같은 접근시간을 합칠 경우 지하철은 결코 '빠른' 교통수단이 아니다.

게다가 버스로 갈아탈 때 또 요금을 내야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하철은 '값싼' 서민의 발도 못된다.

갈아타기의 어려움도 시민 외면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97년 실시한 교통센서스에 의하면 이용자의 절반 (49.6%) 이 목적지까지 가기위해 1~3회 환승을 하고 있었다.

또 시청.종로3가역 등 11개 주요환승역의 평균 환승거리는 수직으로 37m, 수평으로 1백25m나 된다.

하지만 노약자.장애인에게 필수적인 에스컬레이터는 역당 평균 1.2대에 불과하다.

일본은 5.8대, 워싱턴은 7.8대다.

환경오염도 문제다.

폐암 등을 유발하는 라돈가스의 경우 경복궁역은 미국의 허용기준치를 1.5배가 넘는 양이 검출됐다.

◇ 개선책 = 전문가들은 3기 지하철 (9~12호선) 건설 등 노선확장을 위주로 한 계획에서 기존 1.2기 지하철의 서비스 개선을 위한 투자로 과감하게 방향전환을 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최정한 도시연대 사무총장은 "대중교통수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서비스 고급화와 다양화에 우선 투자하라" 고 제안했다.

승강기와 자동계단의 확충도 시급하다.

지하철공사가 2000년 한해동안 설치키로 한 승강기 35대와 에스컬레이터 50대의 건설비용은 모두 2백61억원. ㎞당 8백억원이 넘는 지하철 건설비의 일부만 투자해도 훨씬 편리한 지하철이 될 수 있다.

또 철도역 등 짐을 든 승객이 많은 곳에는 자동 수평이동시설이 설치돼야 한다.

'지하철 도우미' 도 필요한 제도. 장애인이 있을 경우 안내 데스크 등에서 전화로 곧바로 연락해 리프트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든지 노약자.외국인 등에게 환승노선, 버스정류장 등을 안내함으로써 '친절한' 지하철을 만들 수 있다는 제안이다.

워싱턴.뉴욕.파리 등의 환승요금 할인 제도는 반드시 도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과 버스를 동시에 이용할 경우 20~30% 할인해 주거나 한장의 승차권으로 하루종일 횟수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요금체제는 지하철이 누구나 즐겨찾는 대중교통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제도다.

문경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