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부심하는 재계] '신인도 타격…경제회생 찬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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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업사태가 예상외로 빠르게 확산되자 재계는 대응책 마련에 애쓰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사분규가 예년보다 한달 가량 빨리 점화되고 있는데다 파업 대상이 대부분 대기업 구조조정과 직결된 곳이기 때문. 자칫 구조조정이 지연돼 외자유치에 차질을 빚고, 그만큼 경제회생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계는 "최근의 파업은 절차를 밟지 않은 불법인 만큼 노조측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강력하게 대처해야 할 것" 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제한 철폐 ▶근로시간 단축 등의 문제는 국내외 업체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 전전긍긍하는 재계 = 27일 이후 파업을 예정하고 있는 한국중공업.현대정공.한진중공업.대우중공업 등이 모두 대기업 구조조정에 직결된 기업들이다.

때문에 이들은 자칫 노조 반발로 구조조정 작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우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정상화를 위해 대우중공업 조선부문의 매각을 추진하는 등 결단을 내린 것" 이라며 "그러나 노조가 반발하면 매각이 안되거나 가격이 떨어져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고 우려했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곳도 혹시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 외국 기업들도 불안해한다 = 주한 외국기업들은 '우려하던 춘투 (春鬪)' 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한국 재계 관계자들에게 직.간접으로 전달하고 있다.

특히 외국기업들은 정부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허용하려는 쪽' 으로 관련제도를 고치려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노동계의 파업이 확산되자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기업을 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외국기업들에 확산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기업의 외자유치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 예로 대우가 조선부문 매각협상 상대로 지목한 일본의 미쓰이조선은 대우중공업 파업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 국민 불편도 문제 = 한국통신이 파업하면 전화안내 서비스인 '114' 응대 시간이 길어지는 등 불편이 예상된다.

한국통신측은 "전화가 고장났을 때도 첫 3일 정도는 큰 불편없이 고칠 수 있지만 파업이 더 길어지면 아무래도 문제가 생길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통신은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9천여명의 비조합원과 파업에 불참하는 조합원을 전면에 배치하기로 했으며,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퇴직자와 자회사 직원 수천명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고현곤.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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