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여자도 아니다? … 세메냐 양성자 판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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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남아공 잡지 ‘YOU’의 표지 모델로 등장한 세메냐.

지난달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성 정체성 논란을 일으킨 남아공의 카스터 세메냐(18)가 남성과 여성의 성적 특성을 모두 지닌 양성자로 판명났다. 세메냐는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800m에서 월등한 기량으로 금메달을 땄으나, 남자 같은 외모와 목소리로 남성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호주의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11일 “최근 베를린에서 진행된 검사 결과 세메냐의 몸에 난소와 자궁이 없음을 확인했다. 아울러 고환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고환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생성한다. 이 신문은 세메냐의 검사에 관여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세메냐는 보통의 여성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3배나 높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IAAF는 조만간 세메냐의 국제 경기 출전을 금지시킬 전망이다. 또한 베를린대회 금메달 박탈까지 고려하고 있다.

세메냐는 최근 주위의 의혹에 대해 간접적으로 시인한 바 있다. 그는 “신께서 지금의 나를 만드셨다. 나는 나 스스로를 받아들이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베를린에서의) 검사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기 싫다”고 말했다.

성 정체성 논란이 일자 남아공 정치·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세메냐는 남아공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화려한 드레스 차림으로 남아공의 주간지 표지 모델로 나서 여성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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