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를 찾아서] 4. 언더그라운드 무대의 인기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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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기타와 앰프 등이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는지 점검하는 튜닝이 끝나자 청중들은 일순 긴장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굉음' 과 함께 멤버들이 일제히 격렬하게 몸을 흔들어대자 1백여명의 청중들도 제자리에서 뛰며 환호를 보냈다.

지난 17일 이대앞 록클럽 '하드코어' 에 등장한 하드코어 밴드 '닥터코어 911' 의 공연 모습이다. 이들은 최근 언더그라운드 공연가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밴드. 이들의 인기에는 폭발적인 스테이지 매너도 한몫한다.

연주를 하면서도 격렬히 온몸을 흔들어대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액션밴드' 라는 별명도 따라다닌다.

이들과 같은 '액션파' 밴드로는 'A.D 18' '쇠파이프' '정키' 같은 하드코어 음악계열 밴드가 많다.

가장 독특한 액션파로는 '펄럭펄럭' 이 있다. 공연 도중 갑자기 보컬과 자리를 맞바꾼 드러머 차재귀가 보여주는 유승준의 '가위춤' 이나 S.E.S의 춤은 이들만의 특기.

펑크 계통 밴드들의 스테이지도 열기가 끓어 넘치기는 마찬가지. 홍대 앞의 인기 밴드 '노 브레인' '크라잉 너트' 는 물론이고 '럭스' '18크럭' 등 신예 밴드들도 역동적인 스테이지로 유명하다.

지난 2월 KBS '문화탐험' 에서 이들 펑크밴드를 녹화하다 공연장의 열기로 렌즈에 수증기가 맺혀 방송에서 사용하지 못했을 정도. 언더그라운드에는 과격한 스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만으로 구성됐거나 여성 멤버가 주요한 역할을 맡는 밴드들이 그들. 여성 4인조 '록스타' 나 '헤디마마' 등 '여성만의 밴드' 의 음악이 말랑말랑한 것은 아니지만, 관객들은 일단 그들의 부드러운 분위기에 빠져들게 된다.

여성 멤버가 있는 밴드로는 '도로시' (보컬.베이스) , '구영순 밴드' (보컬) , '열혈펑크키드' (보컬 겸 베이스) '비닐' (보컬.키보드) 등이 있고 이러한 밴드는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음악 공연장인지 퍼포먼스 현장인지 헷갈리게 하는 밴드들도 있다. 권투 경기 같은 상황을 만들어 연기를 하며 이질적인 것의 긴장감을 보여주는 '어어부 프로젝트 사운드' , 키치적인 장신구를 이용해 화려한 스테이지를 보여주는 '황신혜 밴드' 는 명성을 날리고 있다.

경찰 모자에 망토를 걸치고 식당에 걸어놓는 '냉면개시' 깃발을 들고 연주하는 등 두 명의 만화가 (신일섭.이경석)가 이끄는 '이발쑈 포르노씨' 등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음악평론가이자 음반사 '인디' 기획실장 김종휘씨는 "공연을 통해 자신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언더 밴드들인만큼 이들은 '무대 위에서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인가' 를 늘 고민하고 있다" 며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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