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할아버지들 PC통신 배움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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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2일 오후 3시 대전시 유성구 가정동 북대전전화국 6층 강당. 60세가 넘은 노인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있다.

이들을 지도하고있는 강사 역시 60대 노인 부부.

"Control+6을 누르면 편집화면이 나옵니다. 그 상태에서 문장을 작성하세요. " 수강생 (15명) 들은 대부분 컴퓨터를 난생 처음 상대하지만 강당 안은 이들의 배움에 대한 열기로 가득했다.

이날 교육은 한국복지정보통신 협의회 대전.충남지부 김규대 (金圭大.68.대전시 유성구 가정동) 지부장이 60세 이상 은퇴한 노인들에게 여가선용과 정보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키 위해 마련한 'PC통신 (하이텔) 무료강좌' 시간.

지난달 8일부터 격주로 매회 15명씩 일주일간 가르치는 'PC통신교육' 에는 정년퇴임한 60~70대 노인 30명이 이미 교육을 마쳤다.

노인들의 수강신청은 계속 이어져 현재 1백20명이 수강대기 상태다.

한국산업은행에서 30년간 근무하다 지난 90년 정년퇴임한 金씨는 급격히 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컴퓨터 통신을 배우기 시작했다.

컴맹이던 金씨는 2년간 행정기관 컴퓨터 교실 등을 찾아다니며 꾸준히 배운 결과 복지정보통신 협의회 주최로 열린 지난해 60세 이상 전국 노인 대상 하이텔 경진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PC통신 도사' 가 됐다.

金씨는 처지가 비슷한 노인들에게 컴퓨터 통신을 가르쳐 주기로 하고 올 초 교육계획을 직접 작성, 한국통신에 지원을 요구해 협조약속을 받아냈다.

교육장에는 金씨로부터 컴퓨터 통신을 배운 부인 황수복 (黃壽福.66) 씨도 나와 강사로 일하고있다.

교육생 이정현 (李鼎鉉.65.중구 태평동) 씨는 "집에 있는 컴퓨터를 쓸 줄 몰라 배우러 나왔다" 며 "열심히 배워 손자들과 채팅을 하고싶다" 고 말했다.

金씨는 "컴퓨터를 배우면 시간도 잘 가고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며 "배우고 싶은 노인들이 있는 한 교육을 계속하고싶다" 고 의지를 밝혔다.

대전 =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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