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건강관리 분야 전문가들 참여 특수프로그램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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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노인들의 뼈는 약하다.

평형 감각도 떨어지고 동작도 굼뜨다.

치매도 걱정된다.

실버타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정작 실버타운 안에서도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운동관리 프로그램은 거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 지난해부터 아주대의대 예방의학교실이 수원시의 의뢰로 30곳 노인정에서 실시하고 있는 건강증진 프로그램은 처음으로 특수체육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폭넓게 참여해 특별히 디자인된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한신대 특수체육과 정훈교 (鄭勳敎) 교수가 개발한 손발자극 체조는 손과 발의 말초신경을 자극함으로써 뇌를 원활하게 움직이게 한다는 가정 아래 만들어진 운동. 지난해 6개월간 노인 40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한 결과 손기능의 민첩성을 나타내는 '쓰기' 기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력 능력테스트 결과도 다소 좋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鄭교수는 "치매로 7년간을 고생하다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장인을 옆에서 지켜본 경험이 손발자극 체조를 개발하게 한 원동력" 이라고 말했다.

서구 양로원에서는 노인들이 끊임없이 뜨개질을 하며 일본에서도 노인들이 손가락운동을 하는 점에 착안했다고. 준비운동부터 정리운동까지 15~30분 정도 걸리며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장점. 일상적으로 잘 쓰지 않은 손톱 밑, 손끝 신경을 콕콕 눌러주는 동작 등을 굿거리 장단에 맞춰 즐겁게 따라하면 된다.

鄭교수는 이 운동을 특수체육학과 학생들과 함께 지난달12일부터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중앙양로원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건강증진 프로그램 중에는 전신체조도 있다.

체조를 개발한 경기대 사회체육학과 최성애 (崔聖愛) 박사는 "골절의 위험을 줄이면서 관절을 부드럽게 하는 체조" 라고 소개한다.

몸의 체중을 팔.다리에 골고루 실어 골밀도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체조 역시 노인 80명을 대상으로 석 달간 임상실험 한 결과 평형감각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운동부터 정리운동까지 20분 정도를 과격하지 않게 흥겨운 음악에 맞춰 하게끔 짜여 있다.

목 - 어깨 - 무릎 - 팔꿈치 - 발목을 골고루 풀어주는 것이 특징. 건강관리 프로그램은 이외에도 자원봉사자 1백여 명이 참여,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위해 차트를 만들었다.

연구의 총책임을 맡은 아주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전기홍 (全起弘) 교수는 "30곳의 노인정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1천50명의 노인들이 너무도 흡족해했다" 며 "올해는 수원시 전체 1백20곳중 60곳으로 확대했으면 한다" 고 말했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창엽 (金昌燁) 교수는 "환자가 아닌 노인들은 지금까지 의료계의 관심을 끌지못하는 사각지대였다" 며 "노인들 스스로가 건강을 관리하고 적극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긍정적" 이라고 평가했다.

전신체조와 손끝체조를 집에서 배우고 싶은 노인들은 아주대예방의학교실 (0331 - 219 - 5114) 이나 한신대특수체육학과 (0339 - 370 - 6798) 로 연락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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