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파동' 수습 전열 정비…2與 새 총무 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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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7 항명사태로 요동쳤던 2여 (與)가 12일 각각 원내총무를 선출함으로써 내부 전열을 일단 정비했다.

국민회의는 김영배 (金令培) 총재권한대행 인맥인 손세일 (孫世一) 의원이 원내총무에 당선돼 金대행의 '정치개혁 작업' 이 힘을 받게 됐다.

동교동계와 호남세 지지를 자신했던 김충조 (金忠兆) 전 사무총장의 패배에 따라 당내 역학관계에도 미묘한 변화가 예상된다.

자민련은 박태준 (朴泰俊) 총재와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의 신임을 두루 얻고 있는 강창희 총무의 등장으로 당내 보이지 않는 알력과 갈등이 정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회의 신임총무 경선의 최대 관심사는 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의 의중, 즉 '김심 (金心)' 의 작용여부. 김충조 의원은 선거기간 내내 "손세일 후보쪽에서 '김심' 을 내세우고 있다" 고 비난했고, 이날 정견발표에서까지 "여기 계신 김봉호 부의장께서도 청와대에 문의해봤는데 '김심' 은 없다" 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당 관계자들은 "정말 '김심' 이라는 게 있었다면 경선투표는 한번에 끝났을 것" 이라고 일축. …국민회의 총무경선 결과엔 당내의 미묘한 세력구도가 반영돼 있다는 평가다.

신임 孫총무는 김영배 대행과 같은 수도권 의원으로 지난 3월 비호남 출신 의원 50여명 모임을 함께 주도했고, 金대행이 위원장으로 있던 당 개혁추진위의 수석부위원장으로 호흡을 맞춰왔다.

또 당내 주류로 인식돼온 호남 출신 의원들의 세 (勢) 약화란 성격도 있다는 해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수도권 중심의 비호남 출신 의원과 영입파 의원 (28명) 중 상당수가 孫의원 지지쪽으로 쏠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것을 감안하면 비주류 성격이 강했던 비호남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얘기도 된다.

호남 출신의원 표는 조홍규 의원과 김충조 의원으로 분산. 한편 동교동계가 대외적으로 완전중립을 표방하면서 관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비호남 표를 모은 孫의원을 유리하게 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이날 총무경선엔 전체 1백5명의 의원 중 일부 외유중인 의원을 제외한 98명이 참석. 10분씩 주어진 소견발표에서 이규정 (李圭正) 의원은 "나야말로 한나라당 이부영 총무의 천적" 이라며 "지금까지 다섯번 선거에서 떨어져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또한번 그 병이 도지지 않게 해달라" 고 해 좌중을 웃겼다.

조홍규 의원은 "야당의 주류와 비주류 가릴것 없이 설득, 여의도에 핀 벚꽃같이 야당 안에 사쿠라 꽃이 피게 하겠다" 고 익살. 孫신임총무는 소견발표 때 "정치불신은 국회와 정당활동에 대해 너무 비판적으로 보도했기 때문" 이라며 언론개혁을 강조했다가 뭔가 켕기는 듯 "법과 제도로 언론개혁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각종 심포지엄을 많이 열어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 이라고 설명.

○ …자민련은 단독 입후보시 무투표 당선된다는 당헌에 따라 강창희 의원을 총무로 선출. 姜의원 추대가 박태준 총재와 김용환 수석부총재간 사전조율에 따른 것임을 방증하듯 의원들은 김종호 (金宗鎬) 선거관리위원장이 "박수로 만장일치 추대하자" 는 제의가 떨어지자마자 박수로 화답.

姜신임총무는 "순리와 원칙에 따라 상식적으로 임하겠다" 면서도 "당의 존재를 명확히 알리겠다" 고 다짐.

최훈.이상렬.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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