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종상 특징] 선정작업 심혈… 공정성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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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대종상이 '공정성' 을 기치로 제2의 출발을 선언했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눈앞에 두고 대종상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지미)가 혁신의 몸짓을 보여줬다.

당초 공정성 확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만큼 이번 수상작 명단엔 집행위가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했다.

예상을 뛰어넘지 않은 영예의 수상작과 수상자들은 영화인과 관객들로부터 진정한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미 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 이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모두 6개 부문을 수상한 것은 충분히 납득할 만 했다.

흥행 면에서는 '쉬리' 와 비교도 되지 않지만 스태프들의 노력과 해외에 한국영화를 알린 작품성과 완성도가 국내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자리였다.

'쉬리' 역시 기획.조명.편집.음향기술.남우주연상 등을 받아 자존심을 지켰다.

'쉬리' 가 흥행에도 불구하고 작품성에 있어서 관객들의 논쟁이 뜨거웠던 점을 감안하면 심사위원들은 '쉬리' 의 기술적 진보에 점수를 주고 '아름다운…' 의 작품성에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다.

올해 '단편영화공로상' 이 마련돼 김진한.송일곤.민병훈 감독에게 시상된 것은 특히 눈에 띄었다.

21세기를 앞두고 대종상이 장편영화의 산업적 발판 역할을 할 수 있는 단편영화에 관심을 표명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영화제 집행위측은 과거 공정성 시비의 상처를 씻어내기 위해 무엇보다 '공정성' 관리에 철저했다는 소식. 심사위원들은 단 한통의 부탁전화도 받지 않았으며 허심탄회한 토론을 거듭하는 등 심사에 공정을 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쉬운 점은 여전히 불참자가 많아 대리수상이 눈에 띄게 많았다는 것. 영화축제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영화인들의 인식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집행위의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편 일부에서는 올 대종상이 '공정성' 을 되찾았다는 점에선 적극 환영하면서도 지난해 행사를 거르고 4월에 행사를 치른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봉된 지 오래된 영화들이 후보에 올라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 또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고 국내에서 뒤늦게 인정해준 것도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한 영화관계자는 "한 해의 영화를 정리하고 비전을 제시할 영화제가 되기 위해선 연말에 개최하는 것도 고려할 만한 일" 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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