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농민장려금 천억 단위농협이 가로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단위농협들이 농민에게 지급해야 할 농산물 출하장려금을 매년 1백억원 이상씩 가로채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농협중앙회는 이 사실을 알고도 각 단위농협들이 자체적으로 처리할 문제라며 방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시설채소생산자중앙연합회 (회장 金光根) 는 최근 경기.충청지역을 중심으로 "농민에게 출하장려금을 지급하라" 는 공문을 단위농협에 발송하는 등 '농민권리 찾기' 에 나섰다.

◇ 실태 = 농협중앙회가 만든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천60개 단위농협이 95년 한햇동안 농민에게 지급해야 할 출하장려금 1백87억원 가운데 1백10억원 (59%) 을 착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기지역 74개 단위농협들은 95년부터 97년까지 3년 동안 농민에게 지급해야 할 출하장려금 34억5천8백만원 가운데 14억4천9백만원 (42%) 을 착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설채소생산자중앙연합회는 "단위농협들이 매년 1백억원 이상씩 출하장려금을 착복하고 있으며 이 제도가 시행된 85년부터 최근까지 단위농협들이 모두 1천억원 이상을 착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 주장했다.

9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원철희 (元喆喜) 당시 농협중앙회 회장은 "출하장려금은 원칙적으로 농민에게 모두 지급돼야 하나 단위농협의 재정상태 취약 등을 이유로 미지급 지역이 발생했다" 며 "앞으로는 출하장려금이 모두 농민에게 지급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 고 답변했다.

그러나 경기지역 74개 단위농협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7년 회계기준으로 출하장려금 16억2천9백만원 가운데 40%인 6억4천9백만원을 단위농협 자체수익으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이상영 (李相暎) 유통개혁추진본부장은 "출하장려금은 각 단위농협의 사정에 따라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농협중앙회는 잘 모르고 있다" 며 "말썽을 빚고 있는 출하장려금 제도를 없애고 대신 출하대금의 4~7%에 이르는 출하상장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중" 이라고 말했다.

◇ 출하장려금 = 전국 16개 도매시장 (33개 청과법인) 과 농협공판장이 각 도매시장의 조례를 근거로 85년부터 농산물 출하를 장려하기 위해 출하자에게 거래대금의 0.75~1%를 지급하는 제도.

출하자가 중간상인이거나 개인일 경우 직접 당사자의 은행계좌로 출하장려금을 지급하지만 농민이 단위농협을 통해 농산물을 계통출하 (공동출하) 한 경우는 농민의 이름을 명시해 해당 단위농협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단위농협은 계통출하시 발생하는 경비를 이유로 출하장려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농민에게 지급하지 않고 자체수익으로 처리해 왔다.

농민들은 단위농협이 출하장려금을 착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개별적으로 지급받는 금액이 크지 않아 단위농협이 지급하는 일부 금액만 받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무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