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에 새 장 (章) 이 열리고 있다.
개발위기에 처한 역사.자연유산을 시민들의 힘으로 사서 보존해 개발을 원천봉쇄하는 공세적 운동이다.
1백여년 전 영국에서 시작된 '내셔널 트러스트 (National Trust.공공신탁) 운동의 한국판이다.
첫 봉화가 켜진 곳은 대전. 과학자.변호사.기업인.교수.시민운동가 등 대전 시민들이 '오정골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이란 단체를 만들었다.
'오정골' 이란 대전시대덕구오정동에 있는 외국인 선교사촌. 50년대 풍광이 그대로 살아있는 국내 유일의 지역이다.
마을 내에는 한남대 인돈학술원 등 한옥과 양옥이 조화된 7채의 집과 풍성한 자연환경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취를 자아낸다.
도심 한복판임에도 높이 30여m.둘레 1m가량 되는 아름드리 나무가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다.
93년 목원대 조사로는 소쩍새.솔부엉이.새매 등 천연기념물 3종을 비롯해 무려 52종의 조류가 서식하는 소생태계를 이뤘다.
오정골 전체 규모는 1만2천여평 정도. 5천여평은 이미 건물이 철거되고 나무가 베어지는 등 옛모습이 사라졌다.
급기야 지난달 하순 마을의 중앙에 해당하는 공터 3천여평에 모 부동산개발회사가 아파트를 짓겠다고 팻말을 꽂아 오정골 전체가 흔적조차 없어질 위기를 맞게 됐다.
개발계획이 알려지며 뜻있는 인사들이 긴급모임을 가졌다.
'땅 1평 사기운동' 등 보존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대표간사인 박용남 (朴容男.46.대전의제21 정책실장) 씨는 "취지에 동의하는 시민들에게 1인1계좌 (2만원) 가입 캠페인을 벌여 기금을 조성한 뒤 오정골을 사들일 방침" 이라고 말했다.
여력이 생기면 충남태안군신두리의 해안 모래언덕 (국내 최대).소항리의 천리포수목원 등 다른 자연.문화유산 보존에도 나설 방침이다.
김정동 (金晶東.52.목원대 건축과) 교수는 "작은 물방울이 모여 집채만한 바위도 깬다" 며 일반인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문의 042 - 256 - 2464, 계좌 : 농협 415 - 02 - 142184.
대전 = 이석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