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日'오체불만족' 저자 중증장애인 오토다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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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장애는 불편합니다. 그러나 결코 불행은 아닙니다. " 최근 '오체불만족 (五體不滿足)' 이란 책으로 일본열도에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오토다케 히로타다 (乙武洋匡.23).

그는 태어날 때부터 팔 다리가 하나도 없는 선천성 사지절단 (四肢切斷) 의 중증 장애인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절망은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다. 장기 불황으로 우울한 시대를 살고 있는 일본인들이 장애인 청년이 쓴 한 편의 '인간승리 드라마' 를 통해 오히려 위로받고 있을 정도다.

'오체불만족' 은 지난 해 10월 출간된 지 불과 6개월 만에 3백20만 부나 찍었고 얼마 전 우리 나라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 감동의 주인공이 내달 '장애인의 날' (20일) 을 앞두고 16일부터 2박3일간 한국을 찾는다.

전화통이 마비될 정도로 문의가 많아 당분간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있는 그를 어렵게 연결해 전화로 인터뷰 했다.

- '오체불만족' 이 대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더군요. 무슨 의도로 책을 썼나요.

"남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쓴 것은 아니예요. 나같은 중증 장애인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참고로 보여주려 했을 뿐입니다. "

- 절망을 뛰어넘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게 된 가장 큰 힘은 무엇입니까.

"부모님 덕택입니다. 보통 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사람들은 불쌍하다고 도와주려 하지만 제 부모님은 달랐어요. 뭐든 혼자 하도록 내버려 뒀답니다. 도저히 저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만 도와줬어요. "

- 태어났을 때 식구들 충격이 컸겠네요.

"어머니는 처음 제 모습을 보고도 전혀 슬퍼하거나 놀라지 않고 '정말 귀엽구나' 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이 없었다면 제가 이렇게 자라기 힘들었을 겁니다. "

- 초등학교 때는 특수학교에 다녔나요.

"아닙니다.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정상인 아이들과 어울려 다녔어요. 친구들과 함께 술래잡기도 했고 중학생땐 서클활동으로 농구부에 들어갔죠. 휠체어 없이 엉덩이를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공을 던졌습니다. 10여㎝쯤 나와 있는 두 팔로 뭐든 할 수 있어요. "

- 컴퓨터도 사용할 수 있다면서요.

"고교 시절엔 미식축구부에서 매니저를 했어요. 직접 뛸 수는 없지만 상대팀의 전력을 분석해 컴퓨터에 입력하는 역할을 했죠. 양쪽 팔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왼팔을 이용해 한자 한자 입력합니다. "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입니까. 슬픈 일이든 기쁜 일이든.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학교 앞 작은 동산에 등산을 함께 간 적이 있는데 난 미리 포기하고 있었죠. 그런데 선생님이 저를 데리고 가는 문제를 놓고 학급회의를 여는 거예요. 물론 '함께 가자' 는 급우들의 반응을 기대하신거죠.그 때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토다케는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빠지면 안되잖아요. ' 라고요. 친구들이 밀고 당겨 겨우 정상에 올라섰는데 그 때 먹은 주먹밥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

- 정경학부에 들어간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또 장래 희망은 무엇입니까. "지방자치문제에 관심이 많아 정경학부에 들어갔어요. 장차 저같은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을 생각입니다. "

- 강의를 듣고 내용을 받아쓰는데는 어려움이 없나요.

"왼손을 왼쪽 턱에 대고 그 사이에 펜을 끼워 글씨를 씁니다. 정상인보다야 못하겠지만 크게 어려움은 없어요. "

- 남의 도움이 꼭 필요할 때는 언제인가요.

"저 혼자 옷을 입고 벗는 것은 불가능해요. 화장실에 갈 때나 목욕을 할 때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제가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어요. 친구들과 술 마시러 갈땐 제가 도움을 받지만 친구가 술 취하면 제 전동휠체어에 태워 역까지 데려다 주기도 해요. "

- 어떤 취미생활을 하십니까.

"얼마 전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호주에 다녀왔어요. 정상인보다는 못하지만 몸을 흔들어가며 수영도 조금 합니다. 전 사진 찍을 때가 제일 즐거워요. 여행가면 남들에게 이상하다는 소리를 들을만큼 사진을 많이 찍어 옵니다. "

- 장애자들을 대할 때 어떤 태도로 대하면 좋을까요.

"호기심 많은 어린 애들은 '왜 손이 없니' '왜 그런 걸 타고 다녀' 라고 물어 옵니다. 그러면 부모들은 말리지요. 무엇을 묻고 싶은 어린 애들을 말리면 장애자에 대한 마음의 벽이 생깁니다. 정상인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대해주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

- 일본은 장애자들이 살만한 곳인가요.

"일본인은 도움이 필요없을 땐 '도와줄까요' 라고 하면서 정작 필요할 때는 외면합니다. 미국은 그렇지 않더군요. 미국의 오페라 극장은 장애자용 좌석과 일반 좌석이 붙어있어 친구나 가족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데 일본은 따로 있어 불편해요. 작은 배려가 부족하죠. 한국은 어떤가요. "

- 한국의 장애인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합니다.

"장애를 안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할 수 없다' 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과, 마음의 장벽을 허물도록 노력하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

[꿋꿋한 성장과정]

전동휠체어 하나에 의지한 채 전국 어디든, 세계 어디든 돌아다니며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불굴의 청년 오토다케.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남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려 했던 부모님의 자식 사랑 덕분에 자립심이 생긴 것이다.

76년 도쿄에서 태어나 세타가야 (世田谷) 구립 요가 (用賀) 초.중학교와 도립 도야마 (戶山) 고교를 거쳐 현재 와세다대 정경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기획한 고단샤 (講談社) 의 오자와 이치로 (小澤一郎) 차장은 "처음엔 6천부만 찍었으나 곧 주문이 폭발했다" 며 "판매부수 6백만부로 사상 최다기록인 구로야나기 데쓰코의 '창가의 도토로' 에 이어 단행본으로는 2번째 기록을 세울 것 같다" 고 말했다. 이 책은 최근 창해출판사에서 '오체불만족' 이란 이름으로 번역출간했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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