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미사일협상 앞두고 곤혹스런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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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9일 평양 미사일협상을 앞두고 미국은 금창리협상 때보다 훨씬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핵은 94년 북.미 기본합의와 91년 남북한 비핵화공동선언이란 협상 근거가 있었지만 미사일문제는 마땅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사일개발과 수출 등은 주권국가의 자주적 사항이란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

예상되는 비용도 문제다.

북한의 요구액은 연간 5억달러로 전해진다.

북한은 이미 미사일 수출이 경화확보를 위한 수단이며 보상이 따른다면 협상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 돈을 지불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미국은 금창리 협상에서 60만t에 달하는 식량지원을 약속, 중요한 경제카드 하나를 써버린 상태다.

협상의 부담은 또 있다.

이번 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경우 동결과 사찰은커녕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실험을 억제할 명분마저 없어질 위험이 있다.

미 정부에는 의회의 분위기도 짐이 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위협을 경고했던 럼스펠드위원회는 최근 내부보고서를 통해 북한 미사일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부각시켰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5년내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 탄도탄을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적고 있다.

시간은 미측에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미과학자연합 (UCS) 의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는 아토믹 사이언티스트 불리틴지 최근호에서 지난 92년 북한.이스라엘과의 협상내용을 공개했다.

이때 북한은 이스라엘에 운산의 금광개발과 트럭지원 등 북한내 민수산업에 약 10억달러 상당의 투자를 조건으로 중동지역에 대한 북한산 미사일 수출을 금지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북한의 미사일 수출 규모는 5억달러. 그러나 막바지 단계에서 미측의 압력으로 대북협상이 중단됐다.

북한은 그 보상을 미국으로부터 받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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