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정상회의' 3월에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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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3월 세계 각국 테러리스트들이 미국 공격 계획을 짜기 위해 파키스탄의 오지에 모여 '테러리스트 정상회의'를 열었다. 파키스탄 와지르스탄에서 정탐.폭발물.자금 전문가 등 테러계 고수들이 모여 다음 공격을 논의한 것이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8월 23일자)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타임은 이들의 회합이 알려지면서 미국은 제2의 9.11 사건이 벌어질까 두려워하고 있으며 일부 테러리스트가 이미 미국 잠입 가능성이 있어 정부 당국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테러회의에는 영국에서 온 30대 중반의 정탐 전문가 아부 이사 알힌디, 모처에 은신 중이던 폭발물 제조책이자 항공기 조종사인 아드난 엘 슈크리주마(29), 미국 뉴욕시에서 온 물품.자금 지원책 모하메드 주나이드 바바르(29) 등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두명은 체포됐다. 파키스탄계 미국인 바바르는 지난 4월 뉴욕에서 폭발물 제조를 위한 재료를 구입하려 한 혐의로, 과격 이슬람으로 개종한 인도 출신 알힌디는 2주 전 영국에서 붙잡혔다. 9.11조사위원회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알힌디가 뉴욕시에서 금융 거점과 유대계 목표물 정탐 임무를 맡았었다고 밝혔다. 도피 중인 엘 슈크리주마는 미국을 쉽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남미 기아나 출신으로 미국 플로리다에서 자라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외모는 히스패닉이다. 따라서 '전혀 악의없는' 인물로 각종 검문검색을 쉽게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당국자들은 2001년 9.11 테러 계획이 2000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테러리스트들의 회의에서 마련됐던 것처럼 이번 '파키스탄 정상회의'가 새로운 공격 계획을 짜기 위한 자리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관리는 "그들의 공격 계획을 망가뜨리긴 했으나 실패하게 만들었는지는 의문"이라며 "더구나 그것이 유일한 계획이었는지 알 수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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