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화제] 환기미술관 판화전 젊은 작가 13명 초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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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누가 판화를 일러 '단조로운 예술' 이라 했을까. 판화의 속성이 인쇄술과 관련해 '복제' 에 있다고는 하지만, 판화는 무엇보다도 찍기 위한 판과 찍어놓은 판이 서로 다른데서 오는 우연성과 사용기법에 따라 평면 회화적인 표현까지 가능하다는 매력이 가득한 장르다.

환기미술관 (02 - 391 - 7701)에서 열리고 있는 '판화 - 평면의 깊이와 변주' 는 이런 점에서 마치 음악회처럼 재미있는 전시다.

화면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동판.목판의 깊은 맛과, 마치 드로잉처럼 '그린 듯한' 효과를 내는 석판.실크스크린의 가벼운 맛이 맛깔스럽게 비벼져있다.

강승희. 오이량. 여동헌. 이시은. 정미선. 배선미. 서유정. 서희선. 전경호. 최미강. 임영재 . 정환선. 심진섭 등 젊은 작가 13명이 자유롭게 판화를 연주하고 또 변주하고 있다.

정격연주에 해당하는 오이량씨의 '존재' 연작은 아가트 국제판화페스티벌 (대상) 과 베오그라드 국제판화비엔날레 (특별상)에서 최근 연속 수상을 한 경력이 무색치 않다.

짙은 쪽빛의 배면에 심연처럼 가라앉은 검은 소용돌이의 흑빛이 골판지 같은 에칭화의 질감을 잘 살려낸다.

드로잉의 느낌은 심진섭씨의 '비너스' 연작에서 가장 강하다.

배경 처리가 마치 크레파스를 이용한 듯하다.

'변주' 는 찍어낸 판화를 오브제로 이용한 여동헌씨와 서유정씨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씨는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한 얇은 판조각을 수없이 붙여가면서 한 편의 명랑한 놀이동산을 창조해냈다.

서씨는 부조의 형식을 취한 판화 콜라주로 조각이불보 같은 작품을 보여준다.

환기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제작 전과정에 작가가 직접 참여하고 에디션을 제한하는 '오리지널 판화' 작가로만 한정했다.

4월25일까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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