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 앞둔 관가] 2여 당사 로비 북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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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조직개편을 앞두고 관료들이 집권 여당을 향해 치열한 '살아남기' 로비를 하고 있다.

국민회의 여의도 당사와 자민련 마포 당사에는 각 부처 장.차관부터 실무자까지 저마다 연줄을 찾아 사정을 호소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덕구 (鄭德龜) 재경부차관은 10일 오전 김원길 (金元吉) 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을 찾았다.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예산청을 "현행대로 재경부 내에 둬야 한다" 는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金의장은 이날 박태영 (朴泰榮) 산업자원부장관과 점심을 같이했다.

김모임 (金慕姙) 보건복지부장관은 金의장에게 전화로 복지부의 시각을 전달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정책위엔 '우리 부처는 21세기에 꼭 필요한 기관' 이라는 팩스 편지도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각 부처가 담당 전문위원에게 보낸 것으로, 각 부처 입장에서 이번 조직개편안을 분석한 내용이 담긴 것들이다.

일종의 자료공세인 셈이다.

국민회의 한 전문위원은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 등 통.폐합 대상인 부처에선 산하 단체까지 구제요청을 담은 자료를 보내는 실정" 이라며 "면담요청을 하는 부처도 있지만 별 도움이 못될 것 같아 아예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 고 말했다.

자민련도 10일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당론 확정을 앞두고 각 부처의 파상적인 로비로 몸살을 앓았다.

자민련은 특히 당 소속 장관들이 있는 과학기술부.해양수산부.보건복지부의 호소가 밀려들었다.

과기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차수명 (車秀明) 정책위의장을 만나 "21세기엔 과학기술이 국가운명을 좌우한다" 며 존치 이유를 집중 설명했다.

또 당사에는 어민단체라고 밝히며 "가뜩이나 한.일 어업협정으로 어민들 사기가 저하돼 있는 마당에 해양수산부까지 폐지하면 큰일난다" 는 위협 반, 설득 반의 전화가 쇄도했다.

또 장관이 자민련 몫으로 돼있는 재경부의 경우 "경제정책을 총괄하려면 실권이 강화돼야 한다" 며 예산청을 기획예산위에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강력히 전달해왔다고 한다.

이날 자민련이 확정한 자체안에는 경영진단위원회 시안과 반대되는 내용이 대폭 담겨 각 부처의 로비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하게 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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