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개각] 끝까지 철통보안 … 수석들도 헛짚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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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 카드가 결정된 것은 2일이었다. 정운찬 후보자가 이날에야 최종 수락을 했다는 게 청와대 참모진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이 정 후보자에게 구체적인 제안을 한 것 자체가 이번 주 초라고 한다. 이전까지 이 대통령은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총리 기용에 무게를 뒀고, 이와 관련한 선진당과의 ‘우선 협상’이 지난주 결렬된 뒤에야 대안 찾기에 돌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심 전 대표를 포기한 게 ‘터닝 포인트’였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통령과 참모들은 김문수 경기지사, 안철수 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 등 새로운 인사들의 기용을 검토했다고 한다. 민주당 현역 의원을 총리로 발탁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불발에 그쳤고, 결국 이 대통령은 처음부터 후보군에 있었던 정 후보자를 선택, 설득에 들어갔다. 한 핵심 참모는 “두어 차례 변곡점이 있었다”고 이 과정을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이 대통령과 정 후보자의 면담도 3일 오전에야 이뤄졌다.

이렇게 ‘정운찬 카드’가 막판에 부상하기는 했지만, 정무라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지역화합과 후계구도 관리 차원에서 정 후보자를 매력적인 카드 중 하나로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철통 보안이 지켜져 대통령의 속마음을 알고 있던 참모들은 많지 않았다. 한 수석은 2일까지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현 정부와는 좀 거리가 있어 총리 기용 가능성이 낮다”고 확신했다. 개각에 임박해선 ‘박근혜 총리 기용설’이 나돌아 기자들이 친박근혜계 의원들에게 확인을 요청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편 이번 개각에서 정 후보자를 포함한 후보자들에 대해선 다면 검증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들 모두에겐 최근 만들어진 자기검증진술서를 받았다. 체크 리스트 형태로 된 방대한 분량의 진술서다. 또 청와대 인사라인은 후보자들의 단골 술집까지 탐문을 했다고 한다.

◆40대 ‘쌍포’에 정치 개혁 맡겨=이번 개각을 통해 국무위원 평균 나이는 기존 내각에 비해 3.3세 젊어졌다. 특히 역대 정권에서 고령의 중진 의원들이 맡던 특임장관을 재선의 40대 주호영 의원이 맡은 점은 파격이다. 이와 관련, 한 청와대 관계자는 “박형준 정무수석에 이어 특임장관에 주 의원을 앉힌 것은 이 대통령의 정치 개혁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후보자와 박 수석은 49세 동갑이다.

식품영양학과 교수 출신인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낙점된 데엔 한식 세계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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