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사람 만들기…완주 세인고의 '제대로 교육'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성적은 중하위권이어야 하고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한 전력자 (?) 만 뽑습니다. "

9일 개교와 함께 첫 입학식을 가진 전북완주군화산면운산리 세인고 (교장 元東淵.45) 의 입학요건은 이렇듯 엉뚱하다.

튀는 것은 이뿐 아니다.

교장이 현 옌볜 (延邊) 과학기술대 부총장이고 수위가 30여년 교육경력의

전직 교장인데다 이학박사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의 전 이사가 교사다.

학교도 완주에서도 산골짝인 운산리의 옛 운산초등학교 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세상을 위해서 봉사하는 인간' 을 표방한 세인고의 특징은 철저한 학생위주의 교육. 이에 따라 이날 입학식에서도 남녀 각 20명의 신입생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선생님들이 장미 한송이씩 건넸다.

교육방식도 여느 학교와 달라 국어과목의 경우 희곡을 써서 연말에 연극을 상연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고 미술시간에는 헤어스타일과 옷 입는 법 등 생활에 쓰이는 것을 알려준다.

또 음악은 교직원과 함께 악기 하나씩을 익혀 연말에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다 창의력 키우기 중심의 과학과 멀티미디어 교육, 속독 훈련, 노동 체험 등을 하고 주말과 방학에는 봉사와 특별활동을 할 계획이다.

세인고 가족은 전원이 하루 24시간을 같이 한다.

학생은 기숙사에서, 15명의 교직원은 식구들과 함께 생활관에서 거주한다.

교사와 학생이 생활을 같이 하면서 '삶을 통한 전천후 교육' 을 하기 위한 것이다.

이같은 교육방식.목표 등이 알려지자 교사와 학생을 자원하는 사람들이 넘쳤다.

학생 중에는 고2와 3학년 진학을 앞둔 학생이 새롭게 시작하겠다며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오기도 했다.

또 교수.언론인.변호사 등이 교육봉사를 자원했다.

그렇다고 학비가 비싸거나 교사들의 월급이 많은 것이 아니다.

학비는 일반 인문계 학교와 같고, 12명의 교사들은 설립 1년간 봉급이 없다.

세인고 설립의 주역은 현 중국 옌볜과학기술대 부총장인 元교장. 과학자 출신으로 자신이 개발한 교육이론인 '5차원 전면교육' 을 한국의 교육현장에 접목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5차원 전면교육이란 기존의 지력과 함께 체력.의지력.인간관계.자기관리 능력을 키우는 교육. 이 기준에 따르면 공부는 잘해도 몸이 허약하고 교우사이가 나쁘면 '요주의 인물' 로 지도대상이 된다.

반면 성적은 나쁘지만 의지력이 있고 튼튼하면 '희망에 찬 학생' 이 돼 장학금을 받는다.

"중하위권 학생들이 제대로 된 대접을 못받으며 한국사회가 허약하게 됐다" 고 진단한 그는 순회강연을 통해 반응이 좋자 97년 10월 현 재단이사장인 趙만석 (66.한의사) 씨 등 주위의 뜻있는 사람 10여명과 함께 "제대로 된 인간교육으로 이웃을 생각하는 시민을 길러내자" 며 학교설립을 추진, 지난해 1월 인가를 받았다.

설립에 든 6억원은 趙이사장이 쾌척했다.

한편 세인고는 세상과 호흡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주말과 방학에는 학교를 개방할 계획이다.

완주 = 이석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