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안전 지킵시다]라면 수프 너무 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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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라면 수프 내용물의 34% (평균치) 는 염분이며 라면 한 그릇을 비우면 소금을 최고 6.2g까지 섭취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농무부 (USDA) 와 심장협회 (AHA)가 권장하고 있는 소금의 하루 섭취 한계량은 6g (찻숟가락 하나 정도) .한국인이 대체로 짜게 먹는다는 사실을 감안해 한국영양학회는 소금의 하루 섭취 제한량을 8.7g으로 정하고 있다.

결국 하루 1천만명 가까운 국민이 식사 대용으로 먹고 있는 라면은 수프 1개만으로 하루 소금 섭취 제한량에 거의 육박할 정도로 소금 덩어리라는 얘기다.

대한영양사회는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을 세계 최고 수준인 20g으로 추산한다.

이같은 사실은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이 식품의약품안전청.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과 공동으로 최근 5개 제조회사의 라면 24종 4백80개 (종당 20개) 를 수거, 한국인삼연초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드러났다.

검사 결과 라면 24종 가운데 3종에서 식품오염의 지표가 되는 대장균군이 검출되는 등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결과 A사 a컵라면의 경우 12.5g 가운데 소금 함량이 6.2g으로 가장 많았고 같은 A사 b라면도 수프 12.4g에 소금이 6g 들어 있었다.

조사 대상 라면 (수프 한개의 내용물 평균 13g) 의 소금 함유량은 평균 4.3g으로 미국과학원 (NAS) 이 제시한 건강 유지를 위한 하루 섭취 제한량 (4.5g)에 육박했다.

그러나 순천향대 식품영양학과가 주부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소금이 가장 많이 든 식품' 으로 김치를 꼽았고 라면은 짠 음식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소금에 거의 '무지' 한 셈이다.

국내 라면시장의 65%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농심 상품개발연구소 김재훈 이사는 "일부 업체에서 소금량을 줄인 적이 있지만 소비자들이 너무 싱겁다며 외면했다" 며 "라면 국물을 알맞게 마시거나 끓일 때 수프를 적게 넣는 등 조절하면 건강에 큰 문제는 없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내과 송인성 (宋仁誠) 교수는 "소금은 고혈압.심장병.뇌졸중.위암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며 소금 섭취량을 줄일 것을 충고했다.

과다한 소금 섭취로 인한 고혈압.뇌졸중.심장병 등 순환기 질환은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 (전체 사인의 26%) 를 차지할 정도다.

시민의 모임 김애경 (金愛璟) 부장은 "건조한 수프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된 것은 생산과정에서 위생 관리가 허술하다는 방증" 이라고 지적했다.

박태균.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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