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질환 어떻게 예방.치료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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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눈도 세월을 탄다.

눈을 카메라로 치면 렌즈는 수정체, 필름은 망막 격. 피곤한 환경에 오랜 기간 시달리던 눈은 마침내 렌즈.필름.초점에 이상을 가져온다.

◇ 노안 = 카메라의 렌즈를 돌려 초점을 맞추듯 눈도 마찬가지. 줌렌즈를 앞 뒤로 조정하는 것처럼 가까운 물체를 볼 땐 '모양체근' 이라는 근육에 힘을 줘 수정체를 두껍게 해 초점을 맞춘다.

나이가 들어 이 근육에 가하는 힘이 줄어들면 노안. 멀리 있는 것은 잘 보이지만 가까이 있는 것은 초점을 못 맞춘다.

연세대 안과 김응권 (金應權) 교수는 "노안은 일반적으로 40세가 넘으면서 시작되며 개인에 따라 다소 늦거나 빠를 수 있지만 피할 수는 없다" 고 말했다.

서울대 안과 이진학 (李鎭學) 교수는 "나이가 들어서 가까운 곳의 글씨가 오히려 잘 보이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땐 백내장을 의심해 봐야 한다" 고 경고한다.

백내장 초기에는 수정체에 빛이 통과하는 속도가 빨라져 가까운 거리가 잘 보이기 때문. 金교수는 "엑시머레이저로 원하는 조절력을 얻을 수 있게 각막을 깎고 굴절시키는 수술법은 외국에서도 아직 실험단계" 라며 "미국 텍사스대 사카박사가 개발했다는 공막확장밴드도 효과가 불확실해 국내에서 본격적인 시술은 주춤한 상태" 라고 말했다.

공막확장밴드란 모양체 근육을 덮고 있는 공막에 플라스틱 밴드를 넣어 조절력을 높이는 것.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돋보기를 끼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 최근에는 근시에 노안이 겹친 이들을 위해 졸보기와 돋보기를 번갈아 사용하지 않아도 되게한 다중초점 렌즈도 나왔다.

연세대 안과 임승정 (林承正) 교수는 "백내장 환자들에게 쓰일 수 있는 '다중초점 인공수정체' 는 4~5월쯤 미 식품의약국 (FDA) 허가를 거쳐 국내에 들어올 것" 으로 내다봤다.

이는 인공수정체에 안경처럼 다중초점을 넣어 가까운 곳을 볼 수 있게 한 것.

◇ 노인성 백내장 = 수정체가 햇빛 노출 등 각종 원인으로 노화되면서 혼탁해지는 병.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넣는 수술로 확실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서울중앙병원 안과 국문석 (鞠文碩) 박사는 "이전에는 수정체가 어느 정도 혼탁해진 후 제거했지만 지금은 환자가 보는데 불편을 느끼면 언제든 수술이 가능하다" 고 말했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 중 5~10%는 인공수정체 고정을 위해 남겨뒀던 후낭이 다시 혼탁해져 재수술을 받기도 한다.

이땐 레이저로 살짝 태우는 간단한 수술을 받으면 다음날 0.5이상의 시력으로 회복할 수 있다.

◇ 노인성 망막질환 = 대표적인 노인성 망막질환은 당뇨성 망막변증.고혈압성 망막변증.항반부변증 등. 망막은 현재 기술로는 교체가 불가능해 수술로 병의 진행을 막거나 더디게 하는 정도다.

교정 시력이 좋던 사람이 멀리 있는 게 안보이면 일단 각종 망막변증을 의심해 볼 만 하다.

당뇨성 망막변증은 당뇨를 10년 넘게 앓은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고통받는 병. 사전 징후가 거의 없어 알기 어렵다.

따라서 당뇨가 있는 이는 40세가 넘으면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고려대 안과 허걸 (許杰) 교수는 "망막의 중요부분만 남겨놓고 나머지를 희생시키는 레이저 수술로 병의 진행을 막고 시력손상을 더디게 할 수는 있으나 완치는 불가능하다" 고 말했다.

노인성황반부변성증은 몸에 필요한 징크카로틴이나 셀레니움같은 미네랄 섭취 부족 또는 햇빛.흡연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일어난다.

초점이 맺히는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부 부근의 세포 수가 노화와 함께 줄어들면서 시력이 감퇴하고 시야의 한가운데가 보이지 않는 것. 연세대 안과의 권오웅 (權五雄) 교수팀이 손상된 망막 상피세포로부터 황반부를 분리해 건강한 망막상피세포가 있는 곳으로 옮기는 망막치환술을 성공시킨바 있으나 황반부가 손상되기 전인 초기단계에만 가능하다.

미국에서 실험적으로 시술되고 있는 레이저나 방사선 치료는 아직 그 효과가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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