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상임위 이모저모] 난타당한 국정난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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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6일의 국회 정무위는 의약 (醫藥) 분업, 한글.한자병용, 국민연금 실시문제 등 잇따른 국정 난맥상에 대한 여야의원들의 질타가 빗발쳤다.

국방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위등 6개 상임위는 이날 소관부처 업무보고 및 소위 활동을 통해 최근 난맥이 두드러지고 있는 정부정책을 점검했다.

◇ 정무위 = 정해주 (鄭海주) 국무조정실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의원들은 "국무조정실이 조정역할을 방기함으로써 국정운영에 엄청난 혼선을 빚고 있다" 고 질책했다.

당정협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당은 일련의 정책혼선이 탁상행정의 병폐라며 '정부책임론' 을 부각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중요한 정책이 정부.여당의 국정협의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여당책임론' 을 들고나와 여야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국민회의 채영석 (蔡映錫) 의원은 "국민연금 확대실시는 소득추정문제 등 문제가 발생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제도적 뒷받침을 소홀히 해 혼란을 빚고 있다" 며 "문제가 이렇게 되도록 뭘하고 있었느냐" 고 추궁했다.

같은 당 이석현 (李錫玄) 의원은 "중요한 정책이 부처간 충분한 사전조율 없이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어 각 부처가 따로 논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고 지적하고 "정부정책의 신뢰를 정부 스스로 깨뜨리고 있다" 고 몰아쳤다.

한나라당 김도언 (金道彦) 의원은 "국무조정실이 과연 필요한 기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며 안이한 태도를 지적했다.

같은 당 이사철 (李思哲) 의원은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라고 국무조정실이 있는건데, 갖다주는 밥만 먹으려면 뭐하러 그 자리에 있느냐" 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李의원은 또 "국민연금 확대실시문제는 국무회의에 보고되지 않았고, 한자병용문제는 국민회의가 보도를 통해 알았을 정도로 당정협의가 고장나 있다" 며 당정 혼선을 비꼬았다.

한편 "관계부처간 조율도 거치지 않고 국민회의가 의약분업 연기를 발표했다" 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인 김원길 (金元吉) 의원은 "당에서 발표한 게 아니고 보건복지부와의 당정협의에서 1년연기를 검토키로 한 것" 이라며 즉석 해명을 시도하다가 "金의원에게 질의한 게 아니다" 는 야당의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미전향장기수 북송 (北送) 문제에 대한 야당의 공격도 거셌다.

한나라당 김영선 (金映宣) 의원은 "박상천 법무장관이 발표한 장기수 - 국군포로 교환방침에 대해 주무부처인 강인덕 (康仁德) 통일부장관은 부처간 협의가 없었다고 했다" 면서 "정부.여당의 책임 떠넘기기식 사고방식의 전형을 보여준 것" 이라고 비난했다.

여야의 빗발치는 질타와 추궁이 이어지자 자민련 이인구 (李麟求) 의원은 "국무조정실이 적극 나서 정책혼선.국정난맥이 노정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라" 고 주문, 진화에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김중위 (金重緯) 위원장은 "정책혼선을 빚은 담당정책 책임자를 문책하거나 졸속행정에 대한 사후조치를 강구할 의향이 없느냐" 고 물었다.

◇ 기타 = 이틀째 방위력개선사업 보고를 받은 국방위는 소위를 열어 국방부가 국방위 심의.승인 없이 금강백두 (대북 신호정보수집) 사업비를 집행한 것을 도마위에 올렸다.

의원들은 특히 지난해 말 백두사업의 정찰기도입 비용이 지출된 이유를 추궁했다.

자민련 이동복 (李東馥) 의원은 "지난해 국감 당시 국방부장관이 백두금강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국방위 승인을 받아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고 성토.

국방부는 "문제가 된 정찰기 도입비 지출은 국방위 의결 전에 결정난 것" 이라고 해명했으나, 국방위 위원들은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기정통위에선 컴퓨터 2000년도 인식오류 (Y2K) 문제에 대한 정부측 대응에 질문이 쏟아졌다.

자민련 이태섭 (李台燮) 의원은 "총리가 주재하는 Y2K 대책회의의 성과가 무엇이냐" 고 따졌고, 한나라당 이상희 (李祥羲) 의원은 "올 2월말까지 완료토록 돼있는 정부의 Y2K문제 해결은 중앙정부가 59.8%, 지방자치단체가 47.2%에 불과하다" 고 지적했다.

남궁석 (南宮晳) 정통부장관은 "Y2K문제는 컴퓨터 분야는 큰 문제가 없으나 비프로그램 분야인 장비.기계 판매업체들이 소멸했을 경우 문제해결이 어렵다" 면서 "금융.통신 등 중점 관리분야는 올 8월까지 문제해결을 완료하겠다" 고 답변했다.

이정민.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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