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본 김대통령 1년]환란극복 후한 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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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 집권 1년에 대한 외국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미국.일본.중국과 유럽의 시각을 소개한다.

◇ 경제분야 = 가장 높이 평가하는 대목이 환란 극복이다.

미국은 김대중 정부의 한국이 IMF 처방에 가장 충실했던 정부며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및 태국 등에 비해 위기극복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대기업 구조조정 결과가 기대 수준에 못 미치고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에 유보적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전반적 경제개혁 방향에 나름대로 점수를 줘야 한다는 평가가 자리잡고 있다.

일본 역시 한국의 새 정부가 외화 유치, 구조 개혁을 통해 출범 1년만에 경제 위기를 벗어난 점을 평가하고 있다.

오부치 일본총리는 23일 기자들에게 "어려운 시기에 한국경제가 회복되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량 실업문제, 기업 구조 조정이 시장논리보다 정치 주도로 이뤄진데 따른 반발 등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에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중국외교부 고위 관리는 "한국과 태국의 경제 회복세는 아시아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만들어주는 좋은 징후" 라고 평가했다.

국유기업 개혁.샤강 (下崗.실업) 문제 등 한국과 유사한 고민을 안고 있는 중국에는 金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사항이다.

유럽은 한국을 경제위기에서 탈출한 아시아에서 유일한 나라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한국과장인 랜들 존스씨는 "아시아에서 위기를 극복해가고 있는 첫번째 나라가 한국" 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김대중 (金大中) 정부의 철저한 구조조정 노력" 이라고 지적했다.

◇ 대북정책 = 미국은 포용정책의 일관성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김대중정부가 미국측에 촉구하는 포괄적 접근법 자체에는 이견이 없지만 북.미 관계개선 등 미국내 정치과정을 무시한 요구에는 다소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과거의 예에 비춰볼 때 한국내 여론이 계속 포용책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조심스런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본정부는 포용정책에 처음엔 시각차를 보여왔지만 최근들어 정부와 학계내에 포용정책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중국의 평가는 두말할 것도 없이 호의적이다.

북한을 고립시켜서는 동북아 안정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중국의 지론. 국무원의 한반도 전문가는 "북한에 미.일 (美.日) 양국과의 수교 가능성을 터준 金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고 말했다.

독일의 시각에 대해 이기주 (李祺周) 주독 (駐獨) 대사는 "金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서독의 대 (對) 동독 정책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게 독일인들의 일반적 인식" 이라면서 "서독은 통일을 위한 불가피한 부담이라는 인식아래 동독을 지원해 왔다" 고 설명했다.

◇ 외교 및 내정 = 일본은 외교분야에서 金대통령의 개인적인 역량이 돋보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10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고 미래 지향적인 새 파트너십을 구축한 결단력을 높이 사고 있다.

중국 역시 화해를 통한 동남아 정세 안정이라는 김대중정부의 외교정책을 따뜻한 시각으로 보고 있다.

내정문제와 관련, 일본의 경우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내각책임제 개헌 합의를 어떻게 처리할 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 = 길정우.파리 = 배명복.홍콩 = 진세근.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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