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신규사업 쟁탈전…민영화 앞둔 공기업 눈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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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기업들이 서서히 새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편으론 기존 사업 재검토 등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면서도 다른 쪽으론 '미래.유망 사업' 개척에 나서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는 ▶한국중공업.가스공사 등 민영화 대상 공기업▶정보통신업▶쌍용정유처럼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알짜 기업▶금융업 등. 일부에서 '몸집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새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성급하지 않느냐' 는 지적도 있지만 이들은 "미래.유망 산업 진출은 그룹 사활이 걸린 일" 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 공기업 매물 = 한국중공업과 가스공사.담배인삼공사.포항제철 등이 관심사. 한중에는 현대와 자동차 및 중장비사업을 포기한 삼성이 중공업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가스공사는 LG와 SK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LG는 반도체 포기 이후 에너지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그룹 내부에서 높아지고 있다.

SK는 에너지화학 부문을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아래 최근 미국 엔론사와 합작,가스회사를 설립한데 이어 가스공사 인수까지 노리고 있다.

담배인삼공사는 롯데, 포철에는 5대 그룹을 포함해 상당수 대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 정보통신업 = 데이콤 지분을 둘러싼 삼성.동양.LG 3파전이 한창이다.

삼성이 지난달 중순 데이콤 주식 1.52%를 매수, 최대주주 (13.48%) 로 올라서자 동양이 다시 14.1%로 지분을 끌어올려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았다.

삼성 지분은 우호 지분을 합쳐 20% 안팎. 또 LG는 4.21% 지분과 우호지분을 합쳐 30%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가 LG반도체를 인수하는 대신 데이콤 지분을 LG에 넘겨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LG와 SK는 한국전력의 통신망사업 인수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SK는 한국통신이 보유한 SK텔레콤 지분 (18%) 을 조속히 인수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 정유업 = 쌍용이 내놓은 쌍용정유의 향배가 관심사. 시장점유율 12%인 쌍용정유를 인수하는 업체는 즉시 강자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 37%로 업계 선두인 SK가 쌍용과 협상중이고, 정유사가 없는 삼성과 롯데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 금융업 = 김우중 (金宇中) 대우 회장은 최근 "정부가 보유한 은행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재계가 참여할 기회가 있을 것" 이라고 말해 '재계 은행' 구상을 다시 내비쳤다.

현대는 강원은행.현대종금.조흥은행 합병은행에 대해 정부를 제외하고는 지분이 가장 많다.

현행법상 대기업의 은행 소유가 제한돼있지만 일단 은행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는 또 생명보험업과 신용카드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며, ▶LG는 생명보험업 ▶롯데는 신용카드업 진출을 추진 중이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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