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인 분노폭발…각국 그리스공관 점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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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런던.베를린.빈.헤이그.나이로비 = 외신종합] 터키에 대항해 무장독립투쟁을 벌여온 쿠르드 노동자당 (PKK)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 (50) 이 터키 당국에 체포되면서 이에 항의하는 쿠르드인들의 시위와 무력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쿠르드 시위대는 16일부터 런던.빈.헤이그 등지의 그리스 공관을 점거, 대사 등 외교관과 가족들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으며 17일에는 베를린 주재 이스라엘 영사관 점거를 시도하던 시위대 3명이 경비군의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사고 직후 이스라엘은 유럽 지역 외교공관을 모두 폐쇄한다고 발표했으며, 케냐도 세계 전역의 34개 대사관을 잠정 폐쇄한다고 밝혔다.

오잘란은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에서 체포된 뒤 추방, 각국을 전전하며 망명지를 모색해 왔으며 최근 케냐 주재 그리스 대사관에서 머무르다 15일 터키 정부에 의해 체포, 터키로 압송됐다.

쿠르드 시위대는 오잘란의 체포 과정에 그리스.케냐.이스라엘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들 국가의 외교 공관이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35명의 쿠르드인이 그리스 대사 부부와 공관 직원 등 5명을 인질로 잡고 있으며, 케냐 대사관에도 20여명이 난입해 방화 위협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는 그리스 대사 관저에 난입, 대사 부인과 아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 하루만에 풀어줬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쿠르드 시위대가 케냐 대사관을 점거, 대사관 직원 7명을 인질로 잡고 분신 소동을 벌이다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영국 런던 주재 그리스 대사관도 50여명의 쿠르드 시위대에 점거된 채 공관원 1명이 인질로 잡혀 있는 상태다.

또 모스크바에선 수십명의 쿠르드인들이 그리스 대사관 영내로 난입했다가 협상 끝에 수시간만에 철수했으며 호주의 쿠르드인들도 시드니의 그리스 영사관에 화염병 공격을 가한 뒤 점거, 경찰과 대치 중이다.

한편 케냐 정부와 그리스 정부는 오잘란의 터키 압송에 책임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케냐 외무부의 제이콥 춤바 대변인은 그러나 "우리는 안전 예방조치로 대사관을 모두 잠정 폐쇄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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