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설연휴 정국구상…정계개편 큰그림 막판손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13일 4박5일 일정으로 부인 이희호 (李姬鎬) 여사와 함께 지방 휴양처로 떠났다. 수행하는 비서관의 손엔 묵직한 자료 보따리가 쥐어져 있었다. 그 중엔 김태동 (金泰東) 정책기획 수석비서관이 전달한 40개 항목 가량의 예상 문답자료가 포함됐다고 한다. 21일 있게 될 '국민과의 대화' 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DJ의 설 구상은 국민과의 대화와 24일의 기자회견에서 구체화될 것이다. 청와대와 국민회의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2월말부터 3월초에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중요한 정치적 변화들이 있게 될 것" 이라고 예고해 왔다.

우선 내년 총선과 국민회의의 봄 전당대회를 앞둔 金대통령의 내각개편 구상이 주목된다. 핵심 관계자는 "16대 총선에 뛰어야 할 장관들은 어차피 이번에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 고 했다.

이에 따라 이종찬 (李鍾贊) 국가정보원장.박상천 (朴相千) 법무장관이 교체선상에 오르고 있다. 전국구 의원인 천용택 (千容宅) 국방장관의 지역구 공천설도 흘러나온다.

자민련 소속인 이정무 (李廷武) 건설교통.강창희 (姜昌熙) 과학기술.김선길 (金善吉) 해양수산부장관은 모두 지역구를 갖고 있어 교체요인이 있으나 이 문제는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와 협의해야 한다.

이 경우 내각개편은 청와대와 집권당 개편까지 함께 하는 대규모 당정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5월께 국민회의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어 그때까지는 국민회의의 현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현재로선 우세하다. 金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인사요인이 생기면 그때마다 단계적.부분적으로 하는 식이어서 전격.전면개편의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이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다.

金대통령은 또 이 시기에 'DJP 무릎대화' 의 결론을 내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최근 잇따른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머지않아 결론을 내리겠다" 는 말을 여러번 해 이미 복안이 섰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JP와의 내각제와 관련한 대화수준이 어느 단계에 와있는지, 단순히 개헌논의 시기만을 하반기로 연기할 지, 개헌시기 자체를 연기키로 했는지 등에 대한 발표가 취임 1주년 전후에 나올 것으로 보여 긴박감을 더하고 있다.

3.1절 사면.복권 조치 등 대화합 조치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측과의 관계 재정립도 큰 과제다.

金대통령은 올해 화두를 국민화합과 정치개혁으로 잡았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등 야심적인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야당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대통령의 설 구상엔 이회창 (李會昌) 총재와 단독회담을 여는 문제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내각제 문제나 여야 총재회담, 상도동 관계 등은 상대가 있어 '구상' 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설 기간을 전후해 중량급 메신저들이 막후활동을 할 가능성도 있다.

전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