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인] AT&T 마이클 암스트롱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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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늙은 공룡' 으로 불리던 미국 최대의 전화업체 AT&T의 움직임이 최근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지난해 6월 미 2대 케이블TV인 텔레커뮤니케이션스 (TCI) 인수에서부터 최근 타임워너와의 제휴에서 보여준 AT&T의 움직임은 벤처 기업보다 더 민첩해 보인다.

새 바람을 주도하는 인물은 AT&T의 1백20여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출신 회장으로 영입된 마이클 암스트롱 (59) .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시장에 한발 앞서 대응하지 못하면 아무리 큰 기업도 퇴보할 수 밖에 없다" 는 것이 지론이다.

그는 97년11월 취임후 AT&T의 주력사업이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장거리 전화 부문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차세대 통신망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케이블을 바탕으로 장거리.지역.케이블TV.인터넷을 망라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무선 통신 부문을 강화, '통신 왕국' 을 부활시키겠다는 야심이다.

TCI 인수.타임워너 제휴로 AT&T는 지역전화부문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브리티쉬텔레콤 (BT) 과의 합작.IBM 국제 데이터망 인수로 국제적인 네트워크 건설에도 교두보를 마련했다.

암스트롱 회장의 트레이트 마크인 '과감한 변신' 은 AT&T에 영입되기 전부터 유명하다. 그는 30년간 IBM에서 일하면서 급변하는 컴퓨터 업계의 변화를 직접 경험했다. 또 방위산업 예산 삭감의 영향으로 군수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던 92년 휴즈 일레트로닉의 경영을 맡아 방산 부문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민수용 전자쪽으로 방향을 전환해 주력 업종 전환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는 또 격변의 와중에서도 기업의 기존 능력을 십분 활용하는 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덩치가 너무 커서 문제' 라는 AT&T를 경영혁신을 통해 인력과 설비 가동율을 높임으로써 "가격경쟁력은 높이고 비용은 절감하도록" 뜯어고쳤다.

또 새로 회사를 맡는 전문경영인들이 경영진을 자기 사람으로 대거 물갈이하는 것과 달리 기존 경영진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새 경영진이 업무를 파악하는데 드는 시간을 감안하면 경영진 교체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업계는 암스트롱 회장이 앞으로 ▶에어터치를 인수한 영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보다폰을 비롯한 안팎의 도전을 어떻게 방어할지 ▶소비자들을 어떻게 기존 전화망에서 케이블망으로 끌어들일지 주목하고 있다.

[AT&T는]

AT&T는 9천만명의 이용자를 가진 미 최대의 전화 업체로 '엄마 벨 (Ma bell)' 이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83년까지 지역.장거리 전화 시장을 독점해오다 84년 반독점 조치로 지역 전화 부문을 '베이비 벨' 이라 불리는 7개 지역 전화업체에 넘겼다.

96년 미 통신법 개정을 계기로 통신 설비 부문을 루슨트 테크놀로지로 독립시키는 등 기업 재분할 과정을 거쳐 현재의 AT&T가 됐다. 이 과정에서 통신설비 부문을 포기하는 대가로 지역 전화 사업 재진출을 허가받았다.본사는 뉴욕에 있고 지난해 성적표는 매출 5백32억달러, 순이익 64억달러.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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