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예술인의 요람 계원예대- 지원자 포트폴리오 중간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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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학년도 신입생을 수시 100%만으로 뽑겠다고 선언한 계원예술대학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전체 정원의 70%를 선발하는 포트폴리오 전형은 창의적이고 발전가능성이 높은 인재들을 선발하기 위해 ‘개념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도록 한다.박현주(18·서울영상고3)·홍성미(18·예일디자인고3)양이 유진상(44·시간예술과) 교수에게 포트폴리오 중간점검을 받았다.


박현주 양의 그림 포트폴리오
서울영상고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박양은 지금까지 자신이 그린 그림을 4장 가져왔다. 검은색 크레파스와 물감으로 현재의 혼란스러운 마음 상태를 그린 그림과, 자신을 꼭 빼닮은 만화 캐릭터를 색연필로 알록달록하게 표현한 그림은 자화상 같았다. 또 몇 해 전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리히텐 슈타인의 ‘행복한 눈물’과 예술의 전당에서 얼마 전까지 전시했던 클림트의 ‘키스’를 자기만의 개성을 살려 재해석한 작품도 눈에 띄었다.

박양은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창작물은 내 심리상태나 경험 등이 반드시 녹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직접 경험한 이미지를 차용해 개성 있는 그림을 그렸다”며 “대중문화나 미디어를 통해 접한 소재를 자신과 엮어서 독특한 느낌을 주는 것이 인상깊다”고 칭찬했다. 계원예대가 요구하는 ‘개념 포트폴리오’는 만든 사람의 생각이 녹아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박양의 포트폴리오는 ‘나’라는 하나의 주제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유 교수는는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자신을 그린 작품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포트폴리오 전형에서 요구하는 개념 포트폴리오란 자기 자신을 일관성 있고 정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남보다 색감이 뛰어난 학생은 풍부한 색채 감각을 마음껏 발휘한 작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된다. 섬세한 붓 터치에 자신 있는 학생이라면 멋진 붓 터치가 잘 표현된 작품들을 엮어서 제출하면 되는 것이지 그림에 꼭 자신이 등장해야 할 필요는 없다.

홍성미 양의 영상 포트폴리오
예일디자인고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는 홍양은 연필과 노트보다는 재봉틀과 바늘이 더 친근할 정도로 고등학교 3년 내내 ‘옷’에만 빠져 살았다. 그러다 보니 성적은 별로 좋지 않다. 입시를 코앞에 두고 한숨만 쉬고 있다가 계원예대 입시전형을 보고 환성을 질렀다. 계원예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지난 6월 ‘2009 계원실기대회 온라인 부문’에 출품했다. 동영상 제작 툴(Tool) 사용법을 하나도 몰랐지만 독학을 해가며 하루 평균 5시간씩 약 2주 동안 작업을 했다. 대회주제는‘도시&색채’였는데 홍양은 자신의 절친이나 다름없는 재봉틀과 털실, 바늘, 옷감 등을 디카로 찍어 스톱 모션(정지동작:stop motion)으로 변환해 제출, 입선했다.

유 교수는 “동영상 제작 기술을 따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투지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낸 것에 큰 점수를 준 것 같다”며 “자신의 전공인 패션을 주제와 절묘하게 연결시킨 것으로 보아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매우 많이 가진 학생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영상제작 기술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기발함과 열정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는 것.그는 “포트폴리오 심사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주제를 어떻게 다루려했는지가 작품에 나타나는지 여부”라며 “사유, 자율, 유머라는 세 가지 평가기준에 부합하는 포트폴리오에 후한 점수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홍양에게 “실제 포트폴리오 심사때는 더 많은 작품을 내라”고 조언했다.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리는 영상은 최소 3작품 이상을 제출하는 것이 좋다. 또 의상디자인을 제공하는 자신의 특성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실제로 만든 옷 등을 사진으로 찍어서 함께 제출하는 것도 추가 점수를 받는데 도움이 된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 사진=김진원 기자jwbest7@joongang.co.kr >


‘개념 포트폴리오’ 이렇게 제출하세요!
-자신이 얼마나 오래 전부터 그림을 그려왔고 또 얼마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지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최소 10장 이상의 작품을 낸다. 입시를 위해 급조된 그림은 심사위원들이 정확하게 집어낸다.

-낙서도 특별한 의미와 주제가 있는 것이라면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된다. 다만 아무 생각 없이 대충 그린 습작이나 자신의 발전과정을 보여주는데 방해가 되는 작품은 제외한다.

-창의성에 경계는 없다. 한 가지 장르로 한정 짓지 말고 그림, 영상, 일기, 소설, 시, 수필 등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활용해 포트폴리오로 첨부해라.

-작품의도와 설명을 양식에 맞춰 적어내야 유리하다. 심사위원들이 작품의 의도를 미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충설명은 필수. 입시 관련 홈페이지(http://ipsi.kaywon.ac.kr/2010/0103.html)를 방문해 포트폴리오 제출시 유의점을 반드시 점검한다.

-남들과 차별화되는 작품들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라. 학원에서 배운 테크닉을 이용해 ‘잘’ 그린 그림보다 엉성하고 서툴러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기발함과 상상력이 발휘된 그림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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