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안전 지킵시다]수돗물 오염원인.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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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돗물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결과가 발표된 89년 이래 수돗물 파동은 계속되고 있지만 '안전한 수돗물' 확보를 위한 근본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수돗물 불신은 계속되고 있다.

◇ 오염 원인 = 상수원 주변에서는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무허가 공장 등 상습 오염업소가 각종 오염물질을 방출, 오염사고 발생 가능성은 여전하다.

지난해 12월 환경부.대검찰청.전국 지방자치단체가 합동으로 실시한 4대강 상수원 주변 상습 오염업소.불법 건축물.무허가 업소에 대한 단속에서 2백12개 업소가 상수원을 오염시켜 오다 적발됐다.

정수장 문제도 심각하다.

98년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97년 한햇동안 전국 5백87개 정수장의 11%인 64개 정수장이 잔류 염소.일반 세균.대장균 등에 대한 기준치를 초과한 수돗물을 생산.공급해 오다 적발됐다.

정수장에서 맑은 수돗물을 공급한다 해도 오염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상수원에서 정수장과 수도관을 거쳐 가정 수도꼭지에 도달하기까지 수십㎞의 이동 과정에서 오염될 소지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20년 이상 된 낡은 수도관에서 시뻘건 녹물이 흘러나오고 일부 지역에서는 수도관이 어디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93년부터 낡은 수도관 5만2천㎞를 녹슬지 않는 재료로 교체하고 있으나 지난해까지 28% 정도만 교체됐다.

여기에 제대로 청소되지 않은 아파트 물탱크, 주택.빌딩 내 낡은 수도관.물탱크도 오염의 주원인들이다.

◇ 오염 실태 = 취재팀은 공공건물 물탱크의 위생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 A고교와 강북에 위치한 B여대 기숙사의 지하 물탱크에 들어가 보았다.

A고 지하에 매설된 2백t 규모의 물탱크 뚜껑을 열고 들어서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고여 있던 물을 빼자 정강이 높이까지 쌓여있던 시커먼 오니 (汚泥)가 모습을 드러낸다.

시멘트로 바른 물탱크 벽면과 쇠로 만든 10㎝ 크기의 배수관 표면을 흰 장갑으로 문지르자 시뻘건 녹이 잔뜩 묻어났다.

물탱크 출입을 위해 만든 사다리도 스테인리스 스틸 등을 사용하게 돼 있으나 이 학교의 경우 쇠로 만들어져 시뻘겋게 녹이 슬어 있었다.

B여대 기숙사의 지하 물탱크도 사정은 마찬가지. 뚜껑 아귀가 맞지 않아 어른 손가락 굵기의 틈으로 각종 오수와 불순물이 물탱크로 흘러들고 벽면에는 푸른색 수성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장기간 물에 노출될 경우 페인트가 물에 녹아 인체에 해를 미칠 우려가 크지만 학교 당국은 수년째 방치하고 있었다.

K물탱크청소업체 직원인 김진엽 (金鎭燁) 씨는 "일반주택은 물탱크 청소를 거의 하지 않아 불결한 물질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며 "물탱크 청소 예산을 줄이기 위해 6개월에 한번씩 청소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달라는 부탁을 하는 건물주도 있다" 고 밝혔다.

◇ 특별취재팀 = ▶팀장 이규진 부국장 ▶김우석 차장,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양영유.정제원.배원일.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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