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 감염자 가장 많이 치료한 인천의료원 김종석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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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의료진까지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에 대해 과도한 공포심을 갖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병원에서 격리 치료한 290명 모두 아무 문제 없이 걸어서 나갔어요. 그런데 정작 의사들이 신종 플루의 실상을 이렇게 모르고 있을 줄이야….”

인천의료원 김종석(사진) 원장이 30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병원은 음압병실(실내 공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설계된 병실)을 갖춘, 전국 5개의 국가지정 격리병상 병원 중 하나다. 격리병상은 음압병실 5개를 포함해 총 25개로, 5개 병원 중 가장 적은 편에 들지만 신종 플루 환자는 가장 많이 치료했다. 같은 수도권에 있지만 국립의료원은 인력에 한계가 있고 국군수도병원은 군 시설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어 인천의료원에 환자가 많이 몰렸다.

김 원장은 보건복지가족부가 25일 개최한 전국 455개 거점치료병원 간담회에 갔다가 참석한 360여 명의 병원 관계자들이 일제히 “불안하다”며 보건당국에 의료진 보호대책을 요구하는 걸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국내서 가장 많은 신종 플루 환자를 치료한 병원의 관계자로서 한마디 할까 했지만 분위기에 짓눌려 아무 말도 못했다”며 “신종 플루 환자들의 치료 현황이나 위험성 등을 제대로 알면 의료진과 국민들 모두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천의료원이 가장 많은 신종 플루 입원환자를 받았나.

“2007년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격리병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정부 예산 12억원으로 모자라 병원 예산 2억원을 보태 완벽한 시설을 갖췄다. 마침 신종 플루가 국내에서 막 발생하기 시작한 5월 초 완공돼 신종 플루 환자를 받을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격리 위주로 확진환자를 관리할 때는 격리병상 25개 전부가 항상 꽉 차 있었다. 지금까지 입원했던 환자 290명이 대부분 퇴원하고 4~5명만 남아있다.”

-중환자는 없었나.

“이란인과 태국인이 합병증으로 발전했고 나머지는 모두 가벼운 감기증세만 앓다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를 먹고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이 외국인들도 각각 심장질환과 폐렴 증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 나아 퇴원했다.”

-환자한테 의료진이 감염된 적은 없나.

“없다.”(이와 관련, 질병관리본부 전병율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신종 플루에 감염된 서울대병원·전북대병원 의사는 여행을 갔다가 감염됐고, 국내에서 환자를 보다 감염된 의사·간호사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왜 국민들이나 의사들이 불안해할까.

“초기엔 이 병에 대해 잘 몰랐으니까. 그래서 보건당국이 격리 치료 방침을 세운 게 아닌가.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운이 좋다. 딱 맞춰 인플루엔자 백신 공장이 가동된 것처럼 우리 병원도 발병과 동시에 격리병상이 만들어졌다. 인천의료원이 없었으면 초기 격리조치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치사율 등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최근 보건당국이 호주의 감염자 비율(0.17%)과 치사율(0.4%)을 공개했던데, 우리 병원 환자만 계산해도 호주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격리병상 완공 시기를 12월 초에서 9월 중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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