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훔쳐보기'펴낸 김미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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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내가 강남에 왔을 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김미선 (37) 씨는 이런 의문과 함께 글을 썼다.

원래는 '원룸' 이라는 제목의 장편을 구상했지만 한계에 부닥쳐 단편 모음집 '강남 훔쳐보기' (다리미디어) 를 펴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수필집 '꿈꾸는 백수건달' (89년).시집 '혼자 추는 부루스' (96년)에서 이어 3번째. 그러니까 그녀에겐 수필가.시인.소설가란 타이틀이 붙은 셈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등단을 해본 적이 없다. "문득 글쓰기에 대한 욕망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교적 쉽게 글을 써 내립니다. 그냥 내 스타일대로…. " 섬세한 심리묘사와 간혹 따라붙는 사회적 의미부여가 독특하다는 평이다.

작품은 한 여자가 서울 강남의 어느 원룸으로 이사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주인공의 눈앞에 드러나는 '강남식 삶' 의 정체는 성 (性).소비.부 (富) 로 비틀린 모습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작가의 입장은 너무 태연해 보인다. "강남에 대해 무슨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진 않습니다. 대개 원초적인 욕망의 구역이라 표현하지만 다른 지역도 비슷하잖아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는 속성 때문에 감춰져 있을 뿐이죠. 문제는 호기심 단계에선 퇴폐적이던 것이 체험후에는 일상이 된다는 겁니다. "

그러나 정작 그녀가 하고 싶은 작업은 이런 식의 훔쳐보고 들춰내는 것이 아니라 만화작업이다. 지금 시장에 나와있는 만화의 경우 그림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스토리의 취약함과 대사의 유치함을 견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구상과 아울러 그룹창작을 위한 멤버구성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격조있는 성인만화의 장을 열어야죠. " 현재 그녀는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 선의의 투자가를 물색하고 있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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