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험료 자율화 됐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대기업에 다니는 김경석씨 (38.서울성북구길음동) 는 지난 일주일 동안 업무와 상관없는 전화가 회사로 빗발쳐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출퇴근용으로 타고 있는 승용차의 보험 만기일이 다가오자 어디서 어떻게 알았는지 손해보험사 대리점 곳곳에서 보험을 들라는 전화를 해댄 것.

어떤 대리점 보험설계사는 자기네 보험료가 싸니 가입업체를 바꾸라고 하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는 특별한 선물을 제공하겠다는 제의도 있었다. 심지어는 신용카드사까지 전화를 걸어 보험료를 무이자 6개월 분할처리해 줄 테니 카드로 가입하라고 보채기도 했다.

작년만 해도 그간 가입했던 보험사에서 보험설계사가 찾아와 새로 산정한 보험금액을 알려주고 돈을 받아갈 뿐이었다. 이처럼 예년과 달리 자동차보험을 둘러싸고 손해보험업체들이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지난 달부터 자동차보험료가 자율화됐기 때문.

김씨는 각사의 달라진 보험료와 서비스의 차이를 비교해 결정하기로 하고 보험청약서나 가입설계서를 챙겨 보았다. 3년 전부터 93년식 소형차를 출퇴근용으로 운행하는 김씨는 지금껏 무사고. 가끔 아내도 운전하므로 26세 이상.가족 한정 특약을 원했다.

보험내용은 작년과 같이 책임보험에 대인배상 (무한) , 대물배상 (사고당 2천만원) , 자기신체사고 (1인당 1천5백만원) 와 자기차량손해, 2억원보상 무보험차 상해까지 청약했다.

삼성화재.현대해상.LG화재.쌍용화재.제일화재 등 5개 업체에서 받은 1년치 보험료 (최고 40만2천7백90원) 차이는 고작 40원 (그림참조) .무료로 해주는 배터리충전.타이어교체.견인서비스.비상급유.잠금장치해제 등 서비스내용도 모든 업체들이 거의 같았다.

단지 차이라곤 설계사들이 문서화할 수 없다며 깎아 주기로 한 별도 할인율과 특별선물 (가족사진권.건강진단권.벽시계.교통지도 등) 뿐. 결국 김씨는 10%의 가장 높은 할인율을 제시한 설계사의 보험사에 가입,가족사진 촬영권도 받고 4만원 정도 싼 보험을 1년 연장 처리했다.

보험료가 법적으로 자율화됐음에도 사실상 업체별로 차이가 없는 것에 대해 손해보험협회 박종화과장 (38) 은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보험사끼리 치열한 눈치 작전을 펴고 있기 때문일 것" 으로 진단했다.

한 보험사가 차별화 정책을 펴면 다른 곳이 곧바로 정보를 얻어 똑같이 따라 하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소비자들은 보험료 자체보다는 보험사의 사고처리 능력이나 보상의 신속성 등에 선택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명의 설계사를 접촉해 가장 크게 할인율을 적용해주는 곳을 찾으면 신차를 구입해 처음 보험에 드는 신규가입자의 경우 최고 10여만 원 이상 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는 게 보험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차보험료 절약하려면]

▶책임보험은 필수 =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한 강제사항으로 가입 안 하면 과태료를 낸다.

▶운전자 범위 = 운전자를 가족으로 한정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보다 보험료가 35% 싸다.

▶운전자 나이 = 21세 이상.26세 이상.전연령 3가지. 이 중 26세 이상만 운전하기로 하면 전연령 운전보다 30% 저렴하다.

▶자기부담금 = 5만.10만.20만.30만.50만원 5가지 종류가 있는데 부담금이 높을수록 보험료가 낮아진다.

▶전담보 계약 = 책임보험.대인배상Ⅱ.대물배상.자기신체사고.무보험차사고.자기차량손해를 모두 계약하면 5%할인 혜택.

▶무사고 혜택 = 사고 없이 계속 가입하면 매년 10%씩, 최고 60%까지 할인. 그러나 3년간 가입 안 하면 혜택이 없어진다.

▶에어백 장착 = 자기신체사고 계약부분에 대해 10% (운전석)~20% (운전석과 조수석) 를 낮춰준다.

▶교통법규 준수 = 법규위반자에게 보험료를 더 받는 할증제도를 추진 중. 벌금도 내고 보험료도 더 낼 우려가 있다.

유지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