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회사직원 7명 기계제작사 차려 한달새 10억 수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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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회사 도산과 실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부도난 회사 직원 7명이 회사를 차려 승승장구하고 있다.

자동화설비 등 기계 설계.제작업체인 부산시사하구하단동 금강 T.O.M (사장 朴鐵虎.42) 은 지난해 7월 부도난 부산 K사 출신들이 뭉쳐 한껏 비상 (飛上) 을 꿈꾸고 있는 새내기 기업.

적게는 3년, 많게는 10년 이상 다니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쓰러지자 퇴직금도 제대로 받지못한 채 방황하던 중 당시 영업이사 김병로 (金炳魯.42.현 상무) 씨 등 7명이 "그동안 갈고 닦은 기술을 밑천삼아 우리끼리 다시 해보자" 며 실직 한달만인 지난해 8월말 회사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6천만원. 金씨와 기술부장이던 朴사장, 영업부장이던 강석원 (姜錫原.39.현 영업이사) 씨 등 3명이 2천만원씩 출자해 우선 20평 남짓한 사무실을 얻어 간판을 걸었다.

회사 특성상 공장이 필요하지만 당장은 '기술' 을 무기로 수주를 받는 대로 공장을 빌려 기계를 제작, 주문에 응할 배짱이었다.

이어 모두 나서서 전 회사 거래선을 중심으로 훑은 결과 한달만인 9월말 수도권에 있는 산업기계 제작업체로부터 10억원짜리 터널구조물 제작기계의 설계.제작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인원은 적지만 영업.생산.설계부문 전문가들이 포진,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어 올들어 수백만달러 짜리 산업기계 자동화설비 제작주문도 들어와 거의 성사단계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올해 30억원의 매출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경영방식도 독특해 여느 회사처럼 사장.상무.이사 직함이 있지만 이는 업무능률과 외부활동 등을 고려한 직책일 뿐 물건 구입이나 수주 등 결정할 사안이 생기면 주주인 3명이 모두 동의해야 실행할 수 있을 정도다.

회사를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구조로 만들자는 뜻에서다.

또 영업수입이 많이 생기더라도 월급은 회사 출발 당시 책정한 금액 (월 2백만원 내외) 만 받는다.

나머지는 모두 기술개발 등에 투자한다.

재투자만이 살길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안에 나머지 직원 4명도 출자해 7명이 똑같은 지분을 갖는 '공동회사' 로 만들 계획이다.

영업담당 姜이사는 "전 회사 부도로 한때 고통도 컸지만 이제는 모두 사장이 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제일을 향해 밤낮으로 뛰고 있다" 고 말했다.

부산 = 손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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