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529호실 사태…새해 파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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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치권의 기묘 (己卯) 년 첫날은 대소동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31일 한나라당의 국회 529호실 강제진입이 연쇄 핵폭발을 일으켰다. 여권은 사건을 '국법질서 파괴행위' 로 규정, 형사책임을 추궁하고 나섰다. 이회창 (李會昌) 총재까지를 포함한 관련자 전원을 의법조치하겠다고 벼른다. 사안의 성격상 타협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초강경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안기부의 불법 정치사찰 시비에 당운 (黨運) 을 걸다시피 했다.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여권 수뇌부를 향한 전면공세를 폈다.

새해 벽두의 여야간 정면충돌 파장은 예사롭지 않다.

일단 진행돼온 모든 대화와 협상이 뒤헝클어질 전망이다.

2일 한나라당 대책회의에선 '국회 529호실 사태' 와 국회 의사일정을 별개로 대응하는 방법이 제기되긴 했으나 어떻게 귀결될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오는 7일로 회기가 끝나는 199회 임시국회에서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각종 규제개혁법안과 교원노조.교원정년 문제 등 계류중인 법안의 여야 합의처리는 어려운 상태다.

때문에 과반의석을 가진 여당이 국회를 단독으로 끌고갈 가능성이 커졌다.

한나라당은 여당 단독국회 실력저지를 포함, 대여 (對與) 장외투쟁을 불사할 움직임이다.

편집자

여야는 '529호 사태' 와 관련, 주요 쟁점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실체적 진실이 어떤 것으로 최종 판명되는가에 따라 정국 향방이 결정될 것임은 물론이며, 여론의 흐름도 중요 변수다.

◇529호실 용도 = 한나라당은 정치권 사찰을 위한 불법 '안기부 분실' 이라고 주장했다. 국민회의는 정보위 회의가 열릴 때 위원회에 제출할 안기부의 대외비 자료를 비치.열람하고 안기부측이 답변자료를 준비하는 용도로 사용해 왔다고 반박. 국회 도면에 529호실은 두 부분으로 나눠져 정보위 조사관실과 자료열람실로 각각 표기돼 있다.

◇정치사찰 = 한나라당은 안기부의 국회 및 정치권 담당 수집요원들이 수시로 이 사무실을 드나들며 여야 정치인의 동향파악 및 첩보보고서 작성 등 정치관여 행위를 했다고 주장한다. 안기부법 제9조 (정치관여 금지) 의 명백한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국민회의와 안기부측은 통상적 정보활동은 하고 있으나 도청 등 불법적 행위를 하지 않았으며 정치적으로 악용한 적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불법난입 = 국민회의는 국회 보안시설에 대한 불법난입 및 기밀문서 탈취사건으로 규정했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중대 범죄행위라는 것. 안기부는 형법상 특수절도.손괴.비밀침해죄 등에 해당하며, 정치사찰 의혹을 주장한 이신범 (李信範) 의원은 명예훼손죄가 적용된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한나라당측은 불법사찰을 적발해 내기 위한 불가피한 정치행위라고 주장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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