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닥터K' 의학미스터리 새 영역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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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닥터 K' 는 의학미스터리라는 한국영화에서는 여태까지 시도된 적이 없던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

TV에서는 '종합병원' '해바라기' 같은 의학드라마가 자주 소개됐으나 영화쪽에서는 본격적으로 시도된 적이 없었다.

지난해 심야영화 붐을 주도했던 의학공포물 '킹덤1.2' (라스폰 트리에 감독) 도 TV시리즈용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어쨌든 병원을 배경으로 한 의학드라마가 부쩍 자주 등장하는 건 현대인들이 '자기 몸에 대한 관리' 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듯 싶다.

'억수탕' 으로 데뷔했던 곽경택 감독의 두번째 영화 '닥터 K' 는 '킹덤' 의 신비적.주술적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해바라기' 식 남녀간 사랑이야기를 교직시켜 만들었다.

특히 동생의 영혼이 형의 몸 속에 들어가 영묘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무속신앙적인 발상을 첨단 현대의학과 대비시켜 스토리를 끌고 간다.

의사로서는 아직 애송이라 할 수 있는 레지던트 4년차인 강지민 (차인표) 이 기적같은 시술력을 발휘하면서 미스터리는 시작된다.

선배 의사들이 모두 회생불능이라고 판정한 어린아이들을 그가 직접 수술을 맡아 살려내는 경우가 서너번이나 있었던 것. 뇌수술의 권위자인 신경외과장 이석명 (유인촌) 은 그의 시술력에 의심을 품고 뒷조사를 하지만 강지민을 연모하는 동기생인 마치과의 표지수 (김혜수) 는 그를 변호한다.

그럴 즈음 최악성 뇌종양에 걸린 오새연 (김하늘) 이라는 19살 소녀가 입원하면서 '삼각관계' 로 발전한다.

영화는 클로즈 업의 잦은 사용이나 평면적인 이야기전개, 주목할 만한 캐릭터의 부재 등으로 TV의 의학드라마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새 장르를 연다는 도전정신은 사 줄만하지만 상응하는 참신한 형식과 밀도있는 이야기를 갖추지 못해 불완전한 시도가 되고 말았다.

1월 16일 개봉.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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