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환자 급증…대기오염으로 면역기능 약해진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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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독한 감기가 돌고 있다. 주요 병.의원 외래마다 감기환자가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들 상당수가 흔히 알고 있는 감기보다 훨씬 심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

영동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김형중 (金亨中) 교수는 "콧물과 기침보다 고열과 근육통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이 바로 나타난다" 며 요즘 유행하는 감기의 특성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례없이 감기로 입원하는 사람도 속출하고 있으며 만성폐쇄성 폐질환이나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감기에 걸렸다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인공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 입원하거나 천식발작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종합병원마다 5~6명씩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번 감기는 축농증.중이염.폐렴 등 세균감염이 겹쳐 발생하는 것도 특징.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신호철 (申浩澈) 교수는 "누런 가래나 콧물 등 세균감염이 겹치는 위중한 경우가 많아 감기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잦다" 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 감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일단 독감의 유행은 아닌 듯 싶다.

보건복지부 방역과 허영주 (許榮株) 사무관은 "현재 서울과 경기 지역 전체 감기환자의 3%가 독감바이러스에 감염된 정도이며 나머지 지역은 이보다 훨씬 낮다" 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5~6%에 달할 때 독감주의보를 내리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유행하는 감기를 독감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 또 올 가을 독감예방접종을 한 사람에게 이번 감기가 예외없이 찾아오는 것도 독감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라고 許사무관은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감기가 극성을 부리는 것에 대해 날로 심각해져 가는 대기오염을 주범으로 꼽는다. 대기오염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심한 감기를 앓는다는 것.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강대희 (姜大熙) 교수는 "대기오염물질은 기관지 점막에서 해로운 물질을 배출하는 섬모운동을 억제하고 면역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5월 서울대 환경의학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기중 오존농도 최고치가 0.1 증가할 때 다음날 사망자 숫자가 7%씩 증가하며 감기 등 호흡기 질환자의 숫자도 38~1백7%나 증가했다. 따라서 맑은 공기의 확보는 감기예방의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기오염이 단시간 내 해결될 문제도 아닌 만큼 최선의 방안은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金교수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을 피하고 물을 자주 마실 것" 을 당부했다.

목이 따갑거나 고열과 탈수엔 물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기에 걸리면 아예 책상 위에 물컵을 따로 비치해두고 수시로 물을 마셔야한다. 눈병에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許사무관은 "최근 유행하는 감기는 눈병을 함께 옮기는 아데노바이러스가 많다" 고 설명했다. 여름철 유행하는 유행각결막염의 원인 바이러스이기도 한 아데노바이러스가 콧물에서 손을 통해 눈으로 전염된다는 것. 따라서 손을 자주 씻어줘야 한다.

申교수는 "아데노바이러스 뿐 아니라 라이노바이러스 등 감기를 일으키는 2백여종의 바이러스 대부분이 손으로 전염된다" 며 "유행시기엔 외출 후 반드시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집안 식구 중 감기를 앓다 눈병이 발생한다면 인터페론 안약을 눈에 떨어뜨려 주는 것이 좋다. 예방효과도 있으므로 눈병이 없는 사람도 넣어주도록 한다. 일단 감기에 걸리면 무조건 감기약으로 증상을 억누른 채 학업이나 직장일을 강행하기 보다 초기에 적절한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좋으며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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