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 탄 국내 화물선 실종…석달만에 '딴배'로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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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포함한 15명의 선원이 승선한 화물선이 인도네시아 말라카해협에서 실종된 지 3개월만에 선장 등 선원 전원이 실종되고 배 이름도 고쳐진 채 중국에서 발견돼 한.중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이 선박은 한국 조달청이 주문한 35억원 어치의 알루미늄 괴를 싣고 인천항으로 오던 중이었으며 중국에서 발견될 당시 화물도 모두 없어진 상태였다.

◇ 실종 = 파나마 선적 2천6백t급 화물선 텐유호 (선장 신영주.51.경남양산시응상읍평산리)가 알루미늄 괴 3천6백t을 싣고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쿠알라탄준항을 출발한 것은 지난 9월 27일. 10월 8일 인천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텐유호는 그러나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사이의 말라카해협을 항해하던 9월 30일께 갑자기 통신이 두절된 채 소식이 끊겼다.

텐유호에는 선장 신씨와 기관장 박하준 (44.부산시서구서대신동3가) 씨 등 한국인 2명과 중국인 선원 13명이 타고 있었다.

◇ 수색 = 해양경찰청과 선주인 일본 마쓰모토 기선측은 10월 1일 말레이시아 해적신고센터에 실종신고를 하고 수색을 의뢰했다.

이에 따라 수색에 나선 말레이시아 당국은 말라카해협과 베트남 근처에서 텐유호와 비슷한 화물선을 보았다는 다른 선박들의 신고에 따라 베트남 해상보안당국의 협조를 얻어 이 해역에서 한달가량 수색했으나 텐유호를 찾는데 실패했다.

◇ 발견 = 텐유호가 발견된 것은 실종된 지 3개월 가까운 지난 21일 중국 장쑤 (江蘇) 성의 장지야항에서였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배령으로 텐유호의 실종사실을 알고 있던 중국 교통당국은 텐유호와 비슷한 화물선이 입항하자 수색한 결과, 이 배가 텐유호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배는 선명이 '산에이 원' 으로 고쳐지고 선원 16명도 모두 인도네시아인이었으나 엔진 번호가 텐유호와 같았다.

진짜 산에이 원호는 온두라스 선적으로 현재 일본 하치니항에 입항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 수사 = 중국 공안당국은 이에 따라 동남아 해역의 해적들이 화물과 배를 빼앗기 위해 범행한 뒤 배를 개조해 판 것으로 보고 인도네시아 선원들을 상대로 승선 경위 등을 수사중이다.

말라카해협 부근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선박납치의 수법은 고속선을 타고 목표 선박에 접근해 침입하는 것. 해적들은 칼뿐만 아니라 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요구대로 돈이나 화물을 내놓지 않으면 납치하는 경우가 많아 텐유호 선원들도 납치돼 억류중이거나 최악의 경우 살해됐을 가능성도 있다.

◇ 가족 = 선장 신씨의 부인 이진숙 (43) 씨는 "배가 실종됐다는 소식에 애를 태웠는데 중국에서 선원들이 없어진채 발견됐다니 이게 무슨 일이냐" 며 "제발 살아돌아왔으면 좋겠다" 고 울먹였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김기찬.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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