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장려금 '선거법 날벼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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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충남도 내 일부 시.군이 인구 늘리기 시책의 하나로 아이를 낳는 지역 주민들에게 장려금을 지급하려던 계획이 잇따라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법'이라 할 수 있는 조례 상의 근거없이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유권 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2003년 10월부터 아이를 한명 이상 낳을 때마다 해당 가정에 장려금 50만원씩을 지급해 온 연기군은 지난 2월부터 제도 시행을 중단했다.

군 관계자는 "별도의 조례를 만들지 않은 채 제도를 시행해 왔으나, 군 선관위로부터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통보를 받고 지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금산군도 관련 조례 제정 없이 내부 방침을 정해 2003년 8월부터 출산 장려금(무조건 10만원) 을 줘 왔다. 그러나 연기군과 같은 이유로 지난달 12일부터 지급을 중단했다.

관련 조례를 만들어 제도를 운영 중인 시.군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제도 시행을 둘러싸고 "선심 행정을 편다"는 오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군은 지난해 초 조례를 제정, 출산 가정에 무조건 30만원씩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일 것을 우려, 이달부터 지급을 전면 중단했다. 논산시도 같은 이유로 이달부터 출산 장려금(출산 시 무조건 5만원) 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올해 초 관련 조례를 만들어 출산 시 30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는 계룡시와 당진군은 각각 해당 선관위에 선거법 위반 여부를 질의해 놓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태안군은 9일부터 열리는 '제125회 군의회 임시회'에 출산 장려금(출산 시 무조건 30만원) 지급 조례안을 상정해 놓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일단 조례를 만든 뒤 지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최근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 법을 통해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법적 근거는=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86조3항)에 따르면 자치단체장은 조례 등 관련 법령의 뒷받침이 없이는 주민들에게 금품이나 기타 이익 제공 행위를 할 수 없다(기부행위 제한). 설령 법령이 뒷받침되더라도 선거일 1년전 이후부터는 행위 제한을 받는다. (2006년 5월31일 치러질 4대 지방선거와 관련, 이달 31일부터 적용됨)

그러나 선거일 1년전 이전에 관련 조례를 제정, 출산 장려금을 지급해 왔을 경우 단체장 이름을 밝히지 않으면 행위 제한 기간에도 계속 지급이 가능하다. 지급자를 '××시(군)'라고 할 수 있으나, '000시장(군수)'라고 하면 안 된다. 행위 제한 기간에는 새로 조례를 만드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조한필.김방현 기자

*** 출산 장려금 관련 법 규정

.근거:공직선거 및 선거 부정방지법 제 86조3항

.내용:지방자치단체장의 기부행위 제한

.관련 조례가 없을 경우:선거와 관련 없이 장려금 지급 불가능

.관련 조례가 있을 경우:선거일 1년전 이후부터 지급 불가능

(그러나 단체장 이름을 안 밝히면 지급 가능)

.조례 신규 제정 가능 여부:선거일 1년전 이후부터는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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