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성훈이 두려워한 권영우 “후반에 승부 걸면 쉽게 이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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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종격투기 링 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추성훈(33·일본 이름 아키야마 요시히로·사진左)을 우습게 아는 사나이가 있다.

20일 포항에서 벌어진 전국 실업유도선수권대회 90㎏급에서 우승한 권영우(28·한국마사회·右)다. 추성훈은 한국 유도 국가대표가 되려고 왔다가 편파 판정을 견디지 못하고 일본으로 돌아가 귀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 유도에서는 종종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엘리트 유도 선수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추성훈이 한국에 온 뒤 초창기에는 편파 판정에 당했을 수도 있지만 일본으로 돌아간 결정적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것이다. 당시 대표팀 감독이던 권성세씨는 “추성훈은 권영우에게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 돌아간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추성훈이 한국에 있던 1998년에서 2001년까지 그의 체급인 81㎏급 대표는 조인철(용인대 교수)이었다. 추성훈은 그에게 번번이 졌다. 경기는 잘 풀어갔지만 불리한 심판 판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꽤 있었다. 그래도 추성훈은 버텼다. 2001년 대표 2진에 선발돼 아시아선수권에 나가 우승도 했다. 그러나 조인철이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던 2001년 10월 추성훈은 태릉선수촌에서 짐을 싸 일본으로 돌아갔다.

추성훈도 뛰어난 선수였지만 권영우에겐 유독 약했던 것 같다. 권영우는 추성훈과 상대 전적에서 3승1패로 앞섰다. 그는 “(추)성훈이 형은 기술은 좋지만 체력이 강하지 않다. 초반에 ‘간’을 좀 보다 후반에 승부를 걸면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1년 대표 선발전에서 추성훈은 권영우에게 쓴맛을 봤다. 심판 때문은 아닌 듯하다. 권영우도 유도의 실세들을 배출한 특정 대학 출신이 아니다. 그는 “고교 시절 어느 학교로 가면 판정 덕을 볼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오기가 생겨 일부러 다른 대학에 진학했다. 실력으로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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