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 美 여기자들 '탈북자 촬영 테이프' 압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일 북한에서 풀려난 미국 커런트(Current)TV 로라 링(Ling), 유나리(Lee) 기자는 북·중 국경 탈북 여성과 탈북자 2세 보호시설을 취재했으며 이들의 촬영 테이프는 중국 공안(公安·경찰)이 압수, 탈북자 단속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1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테이프에 등장하는 한국인 인권운동가를 추방하고 탈북 고아들을 보호하던 고아원 5곳을 폐쇄했다. 공안은 특히 중국 내 탈북자 관련 인권운동가 리스트와 탈북 고아 자료, 중국 농촌으로 팔려갔거나 음란화상채팅에 내몰린 탈북 여성들을 촬영한 테이프 등을 모두 압수, 향후 추가 단속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사실은 미 커런트TV 기자들의 취재를 돕다가 중국 공안에 적발돼 추방당한 탈북자 지원단체 두리하나선교회 이찬우(71) 목사에 의해 20일 확인됐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이 목사는 커런트TV의 링과 리, 미치 코스(Koss) 기자를 지난 3월 14일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의 한 호텔에서 만났으며, 정확한 취재 목적은 북·중 국경에서 음란화상채팅에 내몰린 탈북 여성의 실태와 농촌으로 팔려간 탈북 여성의 삶을 조명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탈북 여성과 중국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탈북자 2세' 문제도 이들의 주요 취재 대상이었다.

이 목사는 "아이들 얼굴을 찍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취재를 허락했다"고 말했다.

커런트TV 기자들은 다음날 한 고아원을 방문했다. 한국말에 능통한 유나 리 기자는 아이들에게 북송된 엄마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요구했고, '엄마에게 큰절을 하라'고 시키기도 했지만 이 목사의 제지로 촬영은 중단됐다고 그는 밝혔다.

다음날 이들은 농촌에 팔려가거나 음란화상채팅에 종사하는 탈북여성을 취재했으며 3월 17일 북한군에 체포됐다. 링과 리기자는 북한에 끌려갔고, 코스 기자는 중국 국경수비대에 붙잡혀 공안에 넘겨졌다. 이때 코스 기자가 가지고 있던 촬영테이프가 공안에 압수됐다.

이틀 뒤인 19일 새벽 공안이 이 목사 집을 찾아와 컴퓨터, 카메라 및 각종 서류를 압수했다. 이 목사는 "고아원에 수용됐던 아이들 외에 탈북 고아 25명의 신상명세와 인권 운동가의 연락처 및 향후 활동 계획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3월 26일까지 조선족 공안 3명에게 집중 조사를 받았으며 조사받는 과정에서 촬영 테이프가 공안에 압수된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벌금 2만위안(약 400만원)을 낸 뒤 4월 8일 한국으로 추방됐다. 그는 또 "고아원 5곳은 차례차례 강제 폐쇄됐으며 고아 21명 중 17명은 중국인 친척을 찾아줬고, 연고 없는 4명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둔 상태"라고 말했다.

미치 코스 기자는 조선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나 리 기자는 전화번호를 바꿔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