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문화계 송년브리핑]영화…한국영화 공포물 강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영화업계의 투자 위축은 제작 편수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올해 제작된 한국영화는 약 40편. 사상 최저라던 지난해 (58편) 보다도 20편 가량 더 준 것이다.

작품 수가 줄었음에도 관객 동원에서는 작년과 비슷해 그나마 다행이었다는게 업계의 반응. 올해 개봉된 한국영화 중 서울관객 기준으로 30만명 이상 든 영화는 6편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10만이상은 모두 10편. 4편중 1편 꼴이니 그런대로 괜찮은 성적이다.

상업적인 기준에서 볼 때 한국영화의 수준이 일정한 궤도에 올라섰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징표다.

흥행작들의 장르가 다양해 진 점도 고무적이다.

특히 '조용한 가족' '여고괴담' 같은 공포영화가 왕년의 영광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 '정사' , 현재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약속' 같은 영화들의 지속적인 인기는 '멜러물은 흥행의 안전판' 이라는 공식을 재확인시켜준 케이스.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 은 '드물게 태어난 작가 영화' 라는 찬사와 함께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의 수상 소식을 업고 현재 전국에서 2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외화의 흥행성적도 작년 수준을 지켰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인 '타이타닉' 이 2백35만으로 '사랑과 영혼' 이 지켰던 종전 최고기록을 깼다.

'IMF 극복 금모으기 캠페인' 에 편승한 '타이타닉 보지 않기 운동' 도 이 거센 파도를 잠재우지는 못했던 것이다.

◇ 영화제 = 유난히 많은 영화제가 태어났으나 '졸속' 인 경우가 많아 문제로 지적됐다.

3회째로 접어든 부산국제영화제는 유수 영화제 수상작들과 유럽영화들을 대거 소개해 작품 수와 수준은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높았다.

그러나 영사기를 1대밖에 준비하지 않아 단편영화 상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등 내실을 꾀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래서 부산영화제가 지나치게 이벤트 중심으로 흘러 정체성을 찾기가 힘들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1월에 열린 서울영화제의 경우 마지막 날까지 팸플릿이 배포되지 않는 부주의와 무성의를 보였다.

또 일부 영화제는 '일본영화' 에 대한 특수 (特需)에 편승한 것이어서 눈총을 받기도 했다.

한편 한 때 예산 문제로 난항을 겪었던 부천영화제가 막판에 2회 행사를 열게 돼 판타스틱 영화 팬들을 들뜨게 했다.

◇ 일본영화 개방 = 단계적 개방 발표 이후 업자들간의 과당경쟁으로 수입가가 이전의 5, 6배까지 껑충 뛰기도 했다.

그러나 제1호인 '하나 - 비' 가 예상외로 저조해 관계자들이 어리둥절해 하기도. 이를 두고 '한국시장에서 일본영화는 경쟁력이 없으며 그동안의 일본영화 붐은 일부 매니아들이 주도한 거품이었다' 는 견해와 '전면 개방 돼 본격적인 상업영화가 상륙하면 사정이 달라질 것' 이라는 입장으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

◇ 스크린쿼터 = 한.미 투자협상에서 스크린쿼터의 폐지내지 축소가 거론되면서 영화인 뿐 아니라 문학.연극등 다른 분야 예술가들과 재야단체들이 공동 전선을 형성했다.

'단 하루라도 축소하면 한국영화의 근간이 흔들린다' 는 영화인들의 사수

결의에 대해 경제부처에서는 '지금은 한 푼이라도 달러를 끌어올 때' 라는 경제논리로 맞서고 있다.

국민회의로부터 '현행대로 유지한다' 는 당론을 받아내는데 성공하긴 했으나 영화계로서는 아직 낙관하기엔 이른 상황.

이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