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어보면'명작' BBC '꼬꼬마 텔레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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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유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BS - 2TV '꼬꼬마 텔레토비' (월~토 오전8시15분) .판권 소유자인 영국 BBC (유아 전문 렉돌 프로덕션 제작)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 TV프로 시장 '밉 아시아 98' 에서 대표주자로 전면에 내세울 만큼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헌데 정작 우리나라 엄마들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지금까지 봐온 유아 프로와는 너무나 판이하기 때문이다.

이 프로에 삽입되는 국내물을 만드는 유상원PD조차 "우리도 처음엔 정말 황당했다" 고 말할 정도. 얼마전엔 "도대체 왜 이런 엉터리 같은 프로를 내보내느냐" 는 항의가 PC 통신으로 접수됐다.

이에 유PD는 BBC.렉돌 프로덕션의 자문을 통해 요소 요소에 담긴 의미를 알아냈다.

◇ 느림 = 어른들에겐 갑갑할 정도로 동작과 전개가 느릿느릿하다.

아이들 인지 속도를 고려한 것. 지나치게 상황 흐름이 빠른 우리 유아 프로와 대비된다.

◇ 반복 = 똑같은 걸 두번 거듭할 뿐 아니라 비슷한 내용이 일정한 시일을 두고 다시 나온다.

처음 나갈 땐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게 되며, 두번째엔 전에 봤던 걸 기억.유추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효과가 있다.

◇ 햇님 = 상황 전환을 친근하게 전달하고 아이들에게 누군가 함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걸 인지시킨다.

햇님 속 얼굴을 한국 어린이로 한 것도 그런 차원.

◇ 바람개비 = 분홍 포말은 시선을 유도하면서 새로운 화면의 등장을 알린다.

시작할 땐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끝날 땐 서서히 멈춰 시작과 끝에 대한 기대와 인식을 심어준다.

◇ 국내물 제작 원칙 = 철저히 유아 눈높이에 맞추고, 어른이 나올 때도 아이에게 소개하도록 한다.

촬영대상이 되는 아이들에게 절대 연출을 요구하지 않고 카메라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려 찍는다.

◇ 향후 방영 계획 = KBS는 현재 2백60회분을 확보한 상황. BBC가 현재도 방영 중이므로 수급엔 어려움이 없을 전망. 등장 인물이나 소품에는 큰 변화 없이 새로운 이야기들을 꾸려간다.

강주안 기자

[텔레토비 캐릭터]

세계적으로 '텔레토비' 열풍이 불면서 캐릭터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머리마다 독특한 형태의 뿔이 달린 등장인물 '팅키윙키' (한국명 보라돌이). '딥시' (뚜비). '라라' (나나). '포' (뽀) 인형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미국.유럽.동남아 등지에서 이 인형들은 우리나라 돈으로 개당 3만원 안팎의 비싼 값으로 팔린다.

한 세트를 마련하려면 10만원 이상이 들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장난감 가게마다 텔레토비를 찾는 어린이들로 붐빈다.

일부 아시아 국가에선 정식으로 로열티를 내지 않은 모조품의 거래가 기승을 부린다.

인형의 경우 1만원 내외, 의류는 5천원 정도로 거래되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 정부는 텔레토비 인형 모조품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업체들이 캐릭터 상품 판매의사를 타진해왔다.

머지않아 유럽과 비슷한 가격으로 대대적인 출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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