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창당바람 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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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러시아 정계에 신당창당 및 정계개편 열풍이 불고 있다.

그동안 개혁을 지지해왔던 중도.우파들은 새로운 개혁을 표방하며 창당에 나서고 좌파들도 "개혁은 실패했고 기존 공산당으로도 러시아를 구할 수 없다" 며 새로운 좌파정당 창당을 위해 분주하다.

◇ 우파 움직임 =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은 유리 루즈코프 모스크바 시장의 '조국당' 창당이다.

지난 19일 창당된 이 당에는 아르카디 볼스키 상공인협회장 등 기업인과 세르게이 야스트르젬스키 전 크렘린 대변인, 알렉산더 쇼힌 우리의 집 러시아당 원내 대표 등 기존 여권 인사 및 안드레이 니콜라예프 전 국경수비대장 등 쟁쟁한 인사가 망라돼 있다.

때문에 활동이 본격화된다면 우파의 핵심세력으로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적자 (嫡子) 임을 자임하는 예고르 가이다르 (러시아 민주선택당 당수) , 아나톨리 추바이스.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 등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사이비 우파가 아닌 진짜 민주정당만이 러시아를 구할 수 있다" 며 크렘린의 지원 아래 친개혁세력을 연합하는 새로운 명망가 정당 창설을 추진중이다.

세르게이 키리옌코 전 총리 등 명망가들도 신당창당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좌파 = 공산당 등 좌파도 모라토리엄 선언후 국민들의 분위기가 완전히 개혁파에서 떠나 자신들에게 돌아왔다며 새로운 좌익정당 창당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좌파는 현재 좌파의 중심인물로 간주되는 겐나디 주가노프 현 공산당 당수로는 다음번 대통령 선거에 승리하기 힘들고 장기적으로 봐도 공산당으로는 러시아를 구할 수 없다며 새로운 좌파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브레즈네프의 손자인 안드레이 브레즈네프가 창당한 '전 (全) 러시아 공산주의자 사회정치운동' 이나 국가두마내 좌파의 대표적 이론가였던 세마고 의원이 추진중인 좌파신당 등이 여기에 속한다.

◇ 창당 배경 = 창당 열풍은 내년말로 예정돼 있는 총선 때문이다.

신규정치단체는 등록 후 1년이 지나야 정치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달 중순까지는 정당등록을 마쳐야 한다.

특히 우파진영에서는 옐친을 대체할 만한 전국적 지도자가 없고 기존 우파정당의 이미지가 너무 부정적이어서 이대로는 총선 패배가 명백해 변신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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