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대화해결 움직임속 세속판결 '수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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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1일 법원이 조계종 총무원청사를 점거한 정화개혁회의에 대해 '퇴거 명령' 을 결정해 조계종단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으나 분규는 계속될 것같다.

정화개혁회의 (상임위원장 월탄) 측은 법원 결정에 불복, 이의신청을 내며 최종판결이 날때까지 총무원을 비워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총무원 (원장권한대행 도법) 은 법원의 결정에 힘입어 계속 세를 모으며 정화개혁회의를 압박하고 있다.

이번 법원 결정은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이나, 불교계 문제가 세속의 판결을 받았다는 점에서 교계의 수모로 기록될 것이다.

법원은 지엄한 종정의 권위와 이른바 초법적인 전통을 갖는 승려대회까지 이번의 경우 세속법의 잣대로 봐도 타당치 않다는 결정문을 냈다.

불교계는 세속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출세간법 (出世間法) 인 불법으로 해결함으로써 권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양측은 거꾸로 세속법에 호소,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은 본말이 뒤집힌 모순이 아닐 수없었다.

종단에서는 이런 수모와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화합을 위한 자성도 일고 있다.

'부처님의 법과 율에 귀의하여 초발심으로 정진하자' 는 취지로 승려들과 신도들은 10일 '종단화합승가회의 준비위원회' 모임을 가졌다.

준비위원장인 법장 수덕사주지는 이날 "경제위기로 비롯된 현 상황을 극복하는데 누구보다 힘을 모아야 할 우리가 분열과 극한 대립으로 국민들과 종도들에게 이루 말할수 없는 죄를 지었다" 며 "대립의 양측과 전종도들에게 호소, 승가본연의 자세를 회복하는데 노력하겠다" 고 밝혔다.

준비위원회 상임조정위원장인 진관스님은 종단 분규 수습을 위해 정화개혁회의와 총무원등 분규 양측과 본사주지연합회.종도들의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모임에 대해 총무원측은 "오늘의 폭력적인 사태를 부른 정화개혁회의측의 모임에 불과하다" 며 "대화와 타협을 원한다면 총무원청사를 먼저 비우고 나와라" 고 했다.

총무원측은 10일 오후2시 모임을 갖고 종단화합과 개혁을 위한 '범불교도연대회의' 를 16일 발족시키기로 했다.

연대회의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 도법총무원장권한대행.법등중앙종회의장.박광서서강대교수) 는 이날 종단분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2천만 불자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조속한 시일내에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이 조계종단의 분규를 해결하려는 목소리는 나오고 있으나 종단의 고질적인 분규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양측이 모두 상대방을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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