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비싸거나 싸야 잘팔린다'가전·PC 소비 양극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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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가전제품.컴퓨터 등 내수시장에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중간 가격대의 제품판매가 부진한 반면 고급 소비자를 대상으로 출시한 고가품과 서민층을 겨냥한 초저가 제품은 예약물량이 쌓일 만큼 잘 팔리고 있는 것.

이같은 현상은 경제위기 이후 중산층의 씀씀이가 짜진 반면 부유층의 구매력은 여전히 높은 탓으로 풀이된다.

LG전자 TV마케팅 팀장 육관수(陸寬洙) 차장은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이후 부유층의 경우 여전히 높은 구매력을 과시하는 한편 소득이 줄어든 서민들은 저가.실속형 제품으로 몰리고 있다" 고 말했다.

◇ 고가품이 잘 팔린다 = 지난달 3백만~5백58만원짜리 프로젝션TV '파브' (40인치~52인치)를 출시한 삼성전자는 한달만에 1천대를 팔았으며 현재 1천대의 예약물량을 갖고 있다고 3일 밝혔다.

LG전자의 경우 지난 10월까지 판매된 TV중 29인치 이상 대형.고급제품은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반면 21~25인치 중가 (中價) 제품은 10% 안팎에 머물렀다.

5백ℓ급 냉장고 (90만~1백10만원) 보다 가격이 최고 3배나 비싼 2백만~3백만원대의 양문여닫이 대형냉장고 (6백~7백ℓ급)도 날개 돋친듯 팔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펠' 은 지난달 4천3백대를 팔아 월 판매량 신기록을 세웠고 지난달 출시된 LG전자의 대형 양문여닫이 냉장고 '디오스' (2백45만~3백20만원)도 한달동안 2천5백대를 팔아치웠다. 올들어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양문여닫이 냉장고는 올해에만 4만대 가량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승용차 한대 값과 맞먹는 LG - IBM의 1천45만원짜리 노트북PC (싱크패드600)는 출시 5개월만인 11월현재 1천3백대나 팔렸다. 매출액은 1백40억원. 2백80만원짜리 고급PC 5천대를 판 것과 같은 실적을 올린 셈이다.

◇ 초저가.실속형제품 판매도 눈부시다 = 18만원짜리 삼성전자의 14인치TV는 월 1만대씩 팔리고 있다. 올 4월 출시된 이 제품은 8월이후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이 회사 TV판매량의 16%를 차지할 정도. LG전자의 20인치이하 소형.저가TV 판매량은 이 회사 전체 TV판매량의 40%를 차지한다.

5월에 IMF 보급형으로 출시된 삼성전자의 9만원대 전자렌지는 지난달부터 7천대 이상으로 급증. 삼보컴퓨터가 인텔의 보급형 중앙처리장치 (CPU) 인 셀러론을 장착, 동급기종보다 40만원가량 싸게 (1백90만원대) 내놓은 보급형PC도 7월까지 월 2천대 판매에 그쳤으나 하반기들어 판매량이 1만5천대로 늘었다.

이처럼 가전제품 등의 수요가 양극화되자 업계는 주력제품을 초고가.초저가 제품으로 재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마케팅팀 양영익 (楊永益) 부장은 "중가 (中價) 제품의 생산을 줄이고 고급형과 보급형 중심으로 품목을 세분화, 생산을 늘려갈 계획" 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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